라오스·브라질·아프리카 중부 등 세계 곳곳서 초장거리 전력망 구축
중국 전력계획설계총원의 셰추예 사장은 라오스의 전력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중국은 전력난에 시달리는 라오스를 동남아시아 전력 수출의 허브로 도약시키고자 댐 건설과 송전망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초고전압 송전(UHV)’ 기술을 활용해 라오스 등에서 초장거리 전력망을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지멘스와 스웨덴-스위스 ABB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대기업들도 UHV 케이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초로 대규모의 UHV를 전개한 것은 물론 자국 기술을 글로벌 산업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자국에서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현재 중국에서 이미 설치됐거나 건설 중인 총 3만7000km 길이의 UHV 전선은 150기가와트(GW)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다. 이는 영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2.5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중국 국영 스테이트그리드의 류전야 회장은 “UHV는 전력산업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명명했다.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중국의 UHV 기술 진보는 ‘스푸트니크 충격’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최고 전압과 최저 손실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송전선을 갖추고 있다”며 “그들은 2000km 떨어진 곳에 전력을 보낼 수 있으며 에너지 손실은 7%에 불과하다. 만일 미국에서 200km 이상 거리에 전력을 보내면 그 손실은 훨씬 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전력망 연계((Global Energy Interconnection)’를 국가전략으로 삼고 UHV 전선망을 적극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전력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과감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에너지 전문가이자 중국 전문가인 에리카 다운스는 “글로벌 전력망 구축은 글로벌 표준을 정하고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목표에 부합한다”며 “이는 또 첨단 제조업 강대국이 되려는 중국의 의도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력망 구축은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 업체 RWR어드바이저리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최근 5년간 중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83개 송전망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관련 기업 인수에 총 1020억 달러(약 109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중국 국영 금융기관의 대출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는 1230억 달러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