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가격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무역관세가 대폭 감소하면서 고급차를 중심으로 평균 1000만 원 수준의 가격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중저가 시장을 공략 중인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중소형차 전략을 다시 짜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조기진출이 불가피해졌다.
8일 주요 외신과 현대기아차 등에 따르면 중국 현지 수입차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차 가격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7월부터 자동차 수입관세율을 현재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따른 새 전략이다.
100% 수입산에 의존 중인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가장 먼저 가격을 내렸다. 뒤이어 지프(JEEP)와 포드, 등 미국차가 발빠르게 가격을 내렸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일본 렉서스 등 이날까지 모두 16개 브랜드가 나란히 가격을 내렸다.
인하폭도 파격적이다. 지프(Jeep)가 8.4%(이하 브랜드별 평균치), BMW가 7.0%, 메르세데스-벤츠가 6.7%, 아우디가 6.5% 수준이다. 일본 닛산 역시 직수입하는 차종을 중심으로 평균 5.6% 가격을 낮췄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평균 인하폭이 1만800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테슬라 1만300달러, BMW 9600달러 수준이다. 고급차일수록 가격인하폭이 큰 셈이다. 특히 독일 다임러그룹은 마이바흐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100개 넘는 모델의 현지 수입차 가격을 내렸고 최대 인하폭은 3만9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200만 원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시작한 관세 인하 정책은 향후 미국의 대응에 따라 추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차와 소형차 중심으로 전략을 펼쳤던 한국차는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가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 각각 4곳과 3곳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관세 인하정책에 따라 수혜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며 차 값을 내려야할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결국 대대적인 중국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값싼 소형차 생산 대신 현지 토종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품질좋은 중소형 SUV를 중심으로 현지 전략을 새로 짜고, 중국 진출시기를 검토해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조기 출시가 대안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역시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의 제품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중국 럭셔리 시장에 대한 특성도 잘 봐야 한다”며 “이르면 내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3~4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사진설명: 중국정부의 수입차 관세 인하 조치에 따라 주요 완성차 브랜드가 잇따라 가격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 출시 시기가 검토 중인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조기진출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