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휴일반납’ 봉사활동, “사회적 책임” vs “근로기준법 위반”

입력 2018-06-08 10:51수정 2018-06-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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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휴일인 지난 6일 홍재은 NH농협금융지주 상무와 사업전략부문 직원들이 경기도 의정부시 자일동에 위치한 귀락마을을 방문해 환경정화 활동과 제초작업 등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NH농협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포용적 금융’이라는 문재인 정부 기조 아래 금융권이 임직원에게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근무시간 외 휴일에 이뤄지는 봉사활동에 사실상 업무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가 맡은 공공성과 책임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하는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상당수 금융회사가 임직원에게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들 금융사는 주로 1년에 1~2차례 캠페인 형식으로 임직원 봉사활동을 권장한다. 신한은행은 4~5월을 ‘자원봉사 대축제’ 기간으로 정했다. 우리은행은 연 1~2회 사회공헌 캠페인을 벌인다.

일부 금융사는 각 부서 또는 지점별로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문제는 보통 일과시간이 아닌 휴일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서별로 봉사활동을 나가기도 한다”며 “업무 때문에 보통 평일이 아닌 휴일에 나간다”고 했다. 특히 농협의 경우 지주사는 물론 은행, 보험 등이 부서 또는 지점별로 돌아가면서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간다. 농협금융지주는 국가 공휴일인 6일에도 경기도 의정부시 한 마을에서 주민 일손을 도왔다.

해당 은행들은 “직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협 관계자는 “농업 진흥을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는 휴일을 반납한 ‘반강제’ 봉사활동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 자회사에 다녔던 한 직원은 “부서 회의에서 미리 봉사활동 일정을 정하기 때문에 빠지기 어렵다”며 “거리가 있는 농촌으로 가야 해 (부서장이) 휴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휴일 봉사활동이 근로시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회사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물품과 기부금을 지원한다면 회사 차원의 ‘지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일 경우 추가 수당이나 대체휴일을 줘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 김치중(63·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는 “회사는 봉사활동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는데, 한두 번 빠졌는데 ‘왜 빠졌느냐’라고 말을 하면 문제 소지가 있다”라며 “봉사활동 가는 명단을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비용 등을 지원했을 경우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 김동욱(47·36기) 변호사도 “회사가 지점, 또는 1인당 봉사활동 시간을 할당해 채우라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인 인사고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상관, 또는 은행 지점 등 고과에 영향을 준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1인당 연간 일정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도록 한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도 봉사활동 시간을 파악해 매년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직원이나 지점에 포상한다. 상을 받으면 개인 인사고과에 유리하다. 김 변호사는 “근로시간인지 아닌지는 ‘강제성’ 여부가 중요한데, 무엇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의 봉사활동은 당장 내년 7월부터 도입할 '최대 주 52시간 근무제'와 상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 은행들은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봉사활동을 근무 연장선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사가 더 일하겠다고 합의해도 연장 근무가 불가능하다. 법정 근로시간을 넘긴 사업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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