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2년차 정책 비전 제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그룹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적 승계에 악용되는 일감몰아주기 근절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2년차 정책 과제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제시했다.
그는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연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기래생태계를 파과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일감몰아주기가 더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발언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열린 10대 그룹 경영진과의 간담회에 이어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재차 촉구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들이 주력 계열사의 지분만을 보유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고, 시스템 통합(SI)와 물류, 광고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빠른 시일내에 매각해 주길 바란다"며 "이런 부탁은 법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총수일가의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 보유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의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작년 하반기 중 45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감몰아주기 실태조사를 통해 상당수 기업들이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 경중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사해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즉 총수일가들이 공정위의 조사와 제재를 받기 전에 자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해소하라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21세기 경제법 현대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관련해 특별위원회 분과별 논의 및 토론회 개최 등을 거쳐 오는 7월까지 전면 개편안을 마련하고 9월 정기국회에 상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전속고발권 개편,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업결합신고제 개편,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지분율 요건 조정 등이 담길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혁신성장과 경쟁촉진을 위한 규제개선 및 경쟁법 집행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유용행위를 근절하고,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공정위의 신고사건 처리방식도 기존의 단편적 처리 방식에서 시장에 분명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대·중소기업간 서면 제공 관행 정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재임 1년 간의 소회에 대해 "지난 1년간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특히 역점 과제인 갑을 관계 개혁으로 가맹, 유통, 하도급, 대리점 분야별 갑질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하도급분야 전속거래 강요, 가맹분야 필수품목 정보 공개 확대의 다수 입법을 완료하는 등 제도개선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또 다른 중점 과제인 재벌개혁의 경우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관행에 대한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 긍정적인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국민적 신뢰제고를 위해 사건·심의절차 개선, 외부인 접촉관리 제도 시행, 중대한 사건에 대한 원칙적 고발 등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그간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년간 갑을개혁과 재벌개혁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다 보니 시장경쟁 활성화라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재임 2년차에는 국민 한분 한분이 공정위의 정책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