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독일 아우디의 수소연료전지차(FCEV·수소전기차) 파트너십은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나아가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재추진될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역시 적지않은 당위성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이 20일 밝힌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동맹’은 상호 관련기술과 특허를 공유하고 현대차 측이 주요 부품을 공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인 데다, 경영전략의 변화와 친환경차 분야의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동맹에서 눈길을 끌었던 점은 16년 만에 동맹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공동개발 및 기술협약을 철저하게 배제해 왔다. 2002년 미국 크라이슬러-일본 미쓰비시와 엔진 공동개발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던 마지막이다. NF쏘나타에 사용된 ‘세타 엔진’이 이때 등장했다.
16년 만에 이뤄진 협약은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프랑스 푸조와 독일 BMW에서도 파트너십 제안을 받을 때마다 현대차는 이를 스스로 차단했다. 정몽구 회장의 고집스런 ‘자체기술 보유 의지’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었다. 15년 넘게 고집처럼 지켜온 ‘경영전략’이 수정된 것은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우디의 브랜드 역사와 가치, 기술개발 능력을 따졌을 때 현대차 입장에서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아우디가 속한 폭스바겐그룹은 대중차 폭스바겐과 초호화 고급차 벤틀리, 수퍼카 람보르기니 등 10여 개의 브랜드를 쥐고 있다. 연간 1000만 대를 판매하며, 토요타를 앞서는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에서도 친환경차 기술개발을 주도 중이다. 그만큼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이 폭스바겐그룹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생산이 확대되면 핵심부품의 후속 개발은 물론 고가 핵심부품의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연간 200만 대에 못 미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아닌 아우디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규모의 경제를 따졌을 때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와 손잡는 것이 향후 시장 지배력 강화에 유리할 수 있다.
아우디 역시 기대감이 크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수소전기차 기술에서 한 발 뒤쳐진 상황에 현대차와의 동맹으로 단박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게 됐다.
명목상 현대차그룹이 나섰지만 이번 동맹은 그룹내 친환경차 핵심기술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주도한다. 이 경우 모비스 중심으로 재추진될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맹을 시작으로 아우디폭스바겐그룹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기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개발 협력이 가능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쟁력과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