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고발뉴스 기자가 가수 고(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 씨에 대해 남편과 딸을 숨지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건 명예훼손이라는 수사기관 판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실망스럽다"고 밝힌 반면 서해순 씨 측은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끊임없이 맞서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일 이상호 기자를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상호 기자와 함께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대표와 제작이사도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진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 '김광석', SNS, 기자회견 등에서 서해순 씨를 '김광석의 타살 주요 혐의자'라고 지목하고 폐렴에 걸린 딸 서연 양을 숨지게 방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다. 영화 '김광석'은 이상호 기자가 직접 연출을 맡아 지난해 8월 개봉했다.
경찰은 이상호 기자의 주장에 대해 "변사기록, 부검감정서, 사망진단서, 부검의, 119구급대원 등 사건 관련자 34명을 조사한 결과 허위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김광석의 사망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던 것 자체는 사실이고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만큼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으나, 이상호 기자가 합리적, 객관적 자료 없이 서해순 씨를 향해 '살인 혐의자' 등의 단정적 표현을 쓴 건 명예훼손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호 기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지난 20여 년 기자생활 통틀어 가장 혹독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내려진 서울고등법원 '영화상영금지 등 가처분 신청' 항고심 결정 역시 재차 기각됐기에 경찰 수사결과도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오늘 경찰이 20여 년 전 경찰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진실 추구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언론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제시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건 당시가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 검찰에 사법처리를 요청한 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면서 "앞으로 검찰 수사가 남은 만큼 수사과정에서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 '김광석' 제작 목적, 즉 한해 수만 명에 달하는 변사자에 대한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수사, 그리고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일지라도 중대하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김광석법 제정 등에 대한 노력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해순 씨 법률 대리인 박훈 변호사는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이상호 기자는 그간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범위 내의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객관적 자료도 없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 판결문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점, 이야기만 듣고 충분한 추가 취재 없이 이를 표현한 점 등을 들어 이상호 기자의 주장을 배척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인격 살해 피해자 서해순 씨에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동일한 주장을 하며 고집부린다면 그건 파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