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채무노예화 방지… ‘좋은 빚’ 늘려야 = 당장 청년의 소득 수준을 높이거나 지원금을 늘릴 수 없다면 ‘좋은 빚’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영섭 내지갑연구소 소장은 “청년들이 애초에 건강한 빚을 지도록 부채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약탈적 대출이 아닌 마이크로크래딧 등을 통해 청년 대상 금융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제도권 금융사와 거래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무담보 소액대출이다. 방글라데시와 베네수엘라 등 제도 금융권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대됐다. 현재 서울시는 저소득층을 위한 창업·운영자금을 연 1.8%대 금리로 제공하는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을, 부산시는 긴급 자금 대출을 연 1% 금리로 제공하는 ‘청년부비론’을 각각 시행 중이다. 하지만 청년 대상 금융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 홍보와 금융 교육도 필요하다.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광주 서구 지점 김재철 대표는 “미소금융을 찾는 서민 대부분은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나 캐피털, 카드론 등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서민들이 대출 상담을 할 경우 미소금융 등을 안내하도록 하지만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아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2월 서민금융진흥원에 찾아온 A(20) 씨는 대학 등록금 대출을 위해 은행 10곳을 돌아다녔지만 금융 이력이 없어 제1·2 금융권에서 모두 대출을 거절당했다. 마지막에 방문한 은행에서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를 소개받았고, 센터에서 ‘대학생 청년 햇살론’을 통해 5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회생은 채무자 권리 인식 필요” = 빚으로 한계지점에 몰린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법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채무를 조정하는 제도는 크게 두 가지다.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개인·프리워크아웃)제도와 법원 회생·파산절차다.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이자율을 조정해주고, 빚을 줄여주는 제도다. 워크아웃제도가 금융회사 합의에 기댄 ‘자율조정’ 절차라면 법원은 ‘강제 조정’이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신복위와 법원에 들어온 20~30대 신청 건수는 각각 3만9355(개인·프리워크아웃)건과 4만5168건(개인 회생·파산)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원에 가면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고 있다”며 “법원에 찾아가는 것은 채무자 권리로 보고 빚을 안 갚을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등으로 출발점에서부터 어려움에 처한 20~30대의 경우 제도 도움이 더 절실하다.
법원으로 가는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청년들은 수많은 불법 브로커에 노출돼 있다. 포털사이트에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검색하면 불법 브로커로 보이는 이들이 다수다. 법 사각지대도 곳곳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학자금 대출은 비면책채권이다. 파산절차에 들어가도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의미다. 학자금을 면책시켜주면 한국장학재단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산 절차에 능통한 한 판사는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 때문에 파산 신청을 많이 하는데 면책을 안 해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월 파산절차 진행 시 학자금 대출을 면책해주는 내용을 담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히 20대의 경우 대출을 받았더라도 실업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