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성 산업1부 기자
정말 그럴까.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타깃에서 한국도 예외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중국은 반도체를 주력 산업으로 육성시키고자 막대한 자본을 기업들에 쏟아부으면서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로 자국 기업의 체급이 올라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도 글로벌 경쟁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음 수순은 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며 자국 기업을 방어하는 방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이야기를 나눈 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인해전술’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결국에는 또 앞서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수익성이 악화된 경쟁 기업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노려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를 일으킨 철강 산업도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2005년까지 철강 기업에 적극적으로 융자를 제공해 생산 능력을 증강했고, 수익성이 악화하자 정부 보조금을 확대했다. 배 잘 만들기로 유명한 국내 조선업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스마트폰 산업도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일본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판 통상백서’를 통해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중점 분야로 지정해 대규모 보조금과 과학기술진흥기금 등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이런 행태가 철강업계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미 조선, 철강, 스마트폰 분야에서 중국의 ‘저가 수주’, ‘물량 공세’에 어려움을 경험했다. 그때도 ‘고부가가치 제품’, ‘차별화된 기술력’을 내세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초격차 기술’도 중국에 역전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