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면세점 특허 기간을 최대 10년(대기업)으로 연장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한 것과 관련해 면세점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 진출 초기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업태 특성을 고려하면 한 차례 갱신을 하더라도 잠재적인 투자·고용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는 30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특허 요건과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한 2018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안은 지난 5월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권고한 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면세점 특허제도 TF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특허 수가 늘어났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정부는 TF의 권고대로 현재 5년인 면세점 특허의 갱신 횟수를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대기업 1회, 중소·중견 2회까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대기업은 연장이 불가능하고 중소·중견기업은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특허수수료의 경우에는 중소·중견 면세점은 매출액의 0.01%로 변동이 없었다. 대기업 면세점은 판매하는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출에 대한 특허 수수료는 판로 지원 차원에서 기존 0.1~1.0%에서 0.01%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매출액 3조 원 중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출액이 6000억 원인 대기업 면세사업자는 기존에는 242억 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수수료가 182억6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일반 제품 매출의 수수료는 변동이 없다.
면세점 진입장벽은 면세점 제도개선 TF가 권고한 안보다 더 완화됐다. TF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30만 명 이상 증가하고 동시에 시내면세점의 3년 평균 매출액이 연평균 10% 이상 늘어날 때만 대기업 면세점 신규 특허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매출액 수준이 이미 높은 서울의 경우 과도한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매출액 기준을 ‘2000억 원 이상’ 증가로 낮췄다. 외국인 관광객 수 기준도 ‘20만 명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매출액과 관광객 수 조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신규 특허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제품 판매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가 반영돼 특허수수료 인하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반적인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금을 납부하는 상황에서 또 별도 세금이라 할 수 있는 특허수수료 부과는 과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지노나 방송 통신 등 여타 허가제 산업은 특별한 경우 하자가 없으면 사업 허가를 갱신해주고 있는데 면세점에만 특허 갱신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초기 사업 투자비가 막대한 데다 다수 사업자 진출로 경쟁까지 심화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5년 갱신이나 10년 갱신이나 투자 수익 회수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