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용산에 이어 국토교통부-서울시 현장점검반이 부동산 투기 단속을 위해 찾은 곳은 잠실이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보안 유지로 당도한 현장에는 점검 대상이던 중개업소 한 곳을 제외하곤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13일 오후 3시께 점검반이 찾은 곳은 잠실5단지 아파트 인근 상가였다.
점검반은 이 상가 안에 있는 중개업소 3곳에 대해 거래 장부 등 관련 서류를 받아 불법중개 및 주택 공급 질서 교란 행위가 있는지 점검하려 했다. 하지만 문을 연 곳은 달랑 한 곳이었다.
앞서 용산에 대한 집중 점검 기간에도 중개업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문을 닫은 모습이어서 점검이 수월하지 못했다.
때문에 국토부는 단속에 나서기 전 보안 유지에 유독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점검반이 단속 지역으로 잠실이 정해졌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오후 2시 30분. 3개조 8명으로 이뤄진 점검반 소수만 점검 지역이 어딘지 파악한 상황에서 잠실을 급습했다.
하지만 기자가 대동한 잠실5단지 인근 상가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점검 대상이 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당황한 모습으로 블라인드를 쳤고 내부에서 점검이 이뤄졌다. 상가에는 30곳가량의 중개업소가 있었지만 문을 연 곳은 불시 점검을 받은 데 하나였다. 점검반이 뜨자 급히 자리를 피한 듯 컴퓨터 화면이 켜진 채 자리만 비어있는 다른 중개업소도 눈에 띄었다.
한 상가 관계자는 “3년 정도 상가에 있었지만 중개업소들이 지금처럼 일제히 자리를 비운 경우는 처음이긴 하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언제 단속할지 모르니 휴가를 가거나 문을 닫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검반이 떠나고 상가에 감돌던 긴장감이 누그러지자 다시 문을 여는 중개업소들도 몇 곳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가를 찾은 잠실5단지 주민 A씨는 “잠실5단지 집값은 요새 잠잠한데 여의도나 하남 같은 곳을 놔두고 왜 이곳을 왔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집값 오를 지역으로 홍보해주는 것 같다”고 쓴소리했다.
하창훈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는 “점검 지역은 집값 과열지역에서도 불법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곳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한다”며 “이번 불법행위 점검·조사는 서울 주요 과열지역에 대해 무기한으로 상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올해 부동산특별사법경찰제도가 도입되며 국토부와 서울시에 구성된 만큼 과거보다 고강도의 점검·조사를 시행할 것”이라며 “시장질서를 교란·왜곡하는 편법·불법행위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8·2대책 이후 연말까지 위법행위 의심사례 2만4365건·7만2407명을 지자체뿐 아니라 경찰청·국세청 등에 통보한 바 있다.
현재 분양권 불법전매·청약통장 불법 거래·위장전입 등의 거래당사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당해 분양계약의 취소될 뿐 아니라 10년간 청약자격이 제한된다. 또 이에 관여한 공인중개사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중개사무소 등록취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아울러 업·다운 계약서, 편법 증여 등 세금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세금 추징뿐 아니라 실거래 신고의무 위반으로 부동산 취득가액의 최대 5%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거래대금 지급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는 3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