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는데 기름 붓는 BMW..한국 소비자가 `블랙컨슈머'인가

입력 2018-08-17 09:12수정 2018-08-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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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안이한 태도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BMW의 임원이 연쇄 화재사고의 원인을 한국인의 운전습관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BMW가 차량 결함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없이 사고의 원인을 모두 차주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BMW 본사의 대변인인 요헨 프레이는 14일 중국 신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이후 최소 30대의 BMW 디젤 차량이 한국에서 불이 난 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 “한국에서 사고가 집중된 것은 현지 교통 상황과 운전 스타일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잇따르는 차량 화재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화재의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린 셈이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BMW 피해자 측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BMW의 오만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해당 임원과 함께 하랄드 크루거 BMW 회장을 형사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주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4일 안전 점검을 받지 않는 BMW 차량에 대해 운행 정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BMW에서도 자신들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차주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화재가 제조 업체의 제작 결함으로 발생한 것인데, 마땅한 배상없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BMW의 한 소유주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운행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면서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오히려 벌금은 제조업체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소유주는 “렌터카만 제공하면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배상이 꼭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BMW 본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현지 방송들이 “BMW가 유럽과 한국에서 결함으로 32만4000대를 리콜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제외하고 이번 사태를 크게 조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일 현지 분위기에 따라 BMW가 이번 화재 사태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잦아들 것’이라는 식의 대응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MW가 차량 원인 규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차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이 차량 결함 조사에 대한 일정과 방법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다. BMW가 차량 결함에 대해 ‘깜깜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차주들은 불에 탄 차량을 제공할테니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화재 분석을 맡겨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BMW 차량 화재의 한 피해자는 16일 법무법인 바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인 규명에 대한 계획서를 피해자들과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화재원인분석을 의뢰해 달라고 요청했다. BMW 측이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 근본적인 화재의 원인이 아닐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가 최근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EGR뿐 아니라 엔진도 결함이 있다고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BMW코리아가 지난달 25일 국토부 장관에게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제작결함시정계획’을 제출하면서 결함이 있는 장치를 EGR로 지적하는 동시에 ‘엔진구조 자체’에도 결함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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