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사진> KEB하나은행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채용은 사기업의 고유한 재량권으로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22일 오전 10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행장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함 행장은 법정에 출석했다.
함 행장은 이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함 행장 변호인은 "검찰이 채용 전형을 단계별로 구분해 복잡하게 기소했으나 피해자는 면접위원뿐"이라며 "함 행장이 방해한 업무가 무엇인지를 특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각 전형별 점수를 기준으로 기소했으나 점수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서류와 인적성 시험 등 각 전형에서 합격 점수보다 낮은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은 점수 외 요소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함 행장 측은 "하나은행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 주식회사"라며 "공기업 등과 달리 자율성을 바탕으로 채용심사에 폭넓은 재량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제3자가 보기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해서 형법의 잣대를 무리하게 들이대는 것은 죄형법주의(범죄와 형벌을 법에 정하는 원칙)에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도덕적인 비난을 받는 것과 처벌의 문제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한 혐의 관련해서는 "지시하거나 승인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력 관리상 필요한 인사부의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무엇보다 함 행장은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뽑은 게 아니라 다양한 인재가 필요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5~16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전형별 불합격자 1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그는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 등 자제가 하나은행에 지원하자 인사부에 '잘 봐달라'고 지시해 면접위원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16년 신입 채용에서 남녀 비율을 4대 1로 미리 정해놓고 직원을 뽑은 혐의(남녀고용평등법)도 있다. 하나은행 역시 남녀고용평등법상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