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민간소비가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러한 호조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의 민간소비 현황 및 주요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민간소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 2.4%의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최근 4년 기준으로 민간소비는 연평균 3% 증가하며 미국 GDP성장률을 2% 주도해왔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이러한 미국의 민간소비 활성화는 △서비스 △핵심노동계층(35~54세) △상위 20% 등이 이끌고 있다.
우선 품목별로 서비스 소비는 2014년 이후 분기 평균 1.2% 증가했다. 상품 소비 증가세(0.8%)를 0.4%포인트 웃돌았다. 이와 맞물려 GDP 대비 서비스 소비의 비중은 2014년 1분기 45.5%에서 올해 2분기 46.8%로 1.3%포인트 확대됐다. 연령별로는 핵심노동계층인 35~54세에서 가장 큰 폭으로 소비가 증가했다. 특히 45~54세는 최근 3년간 소득이 26% 증가하면서 소비 또한 17.6% 증가했다.
소득별로는 상위 20%계층에서 가장 빠르게 소비가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전체 소비증가에 대한 기여율은 상위 20%계층이 40.8%를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이 17.3%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에 비해 소비성향은 2.7% 하락하는 데 그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러한 소비 호조의 배경으로 △노동시장 개선 △가계 부채부담 완화 △확장적 재정정책을 꼽았다.
우선 미국 가계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취업자 증가와 임금상승과 함께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0.1%씩 올랐던 근로소득은 그 이후로 올 2분기까지 1%씩 높아지고 있다.
또 가계부채의 경우 2013년 증가세로 전환했음에도 그 수준이 가처분 소득 증가 범위 안에서 이뤄져 원리금 상환부담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3%로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한은 측은 밝혔다.
다만 이러한 호조세에도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 상승 등은 앞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무역분쟁 심화로 수입품에 대해 큰 폭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물가를 높여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또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정상화해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소비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민간소비 증가가 노동시장 개선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점에 비춰보면 민간소비 호조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미중간 무역전쟁, 통화정책 긴축기조 등이 예상보다 심화할 경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일부 품목에서 미국 보호무역 조치 대상국에 포함돼있는 점을 감안해 소비 핵심계층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