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선입견, 부정적 사례가 낳은 오류
당연히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고 특별검사가 지명돼 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검찰총장이 중도에 사임까지 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으로 당시 언론은 가장 성공한 특검이라는 평가를 쏟아 냈다. 여기까지는 다들 기억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소문과는 달리 정치인들에 대한 뇌물공여보다는 기업 M&A 과정에서 불법적 요인에 따른 증권범죄가 주요 범죄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용호 게이트 수사’가 성공한 특검이라는 말에는 별로 공감하지 않지만, 어찌됐든 M&A라는 용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사실 M&A는 사업을 확장하고 기존 기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가하는 정상적인 비즈니스의 한 방법이다. 규범적으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결과론적으로만 본다면, 성공한 M&A와 실패한 M&A만이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법조계에서는 많은 판·검사들이 “M&A는 불법”이라거나 또는 “M&A는 뭔가 안 좋은 비정상적인 방법”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M&A 과정에서 자기 자본은 거의 없이 오로지 차입 자금만으로 회사를 인수하거나 또는 최대주주로부터 양도받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그 돈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이를 가리켜 ‘무자본 M&A’라고 부른다. ‘기업사냥’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기업사냥’은 무자본M&A라는 개념 이외에도 적대적 M&A와 관련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무자본M&A=기업사냥’으로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무자본 M&A’도 LBO(Leveraged Buy Out)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또 소규모로 자금을 모아 투자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인수한다든가 펀드를 만들어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불법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자기 돈은 거의 없이 차입한 자본으로 무리하게 회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고, 대출받은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고, 과도한 차입 자금의 변제를 위해 허위, 과장 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불법적인 주가부양과 시세조종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결국 ‘무자본 M&A’는 부족한 자기자본으로 인해 회사의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입한 자금을 단기간에 변제하기 위해서 자본시장법의 사기적 부정거래(제178조)에 해당되는 불법적인 경영 방식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는 2014년 이후 매년 무자본 M&A로 인한 사기적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감소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껍데기뿐이라도 상장기업을 가지고 있어야 자본시장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상장사에 대한 M&A 수요가 줄지 않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A 건수만 따지면 우리나라가 세계 5위 수준에 해당할 정도지만 과연 그에 버금가는 선진적인 내용으로, 합리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시장이 성숙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과거 ‘이용호 게이트’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나 법조인들의 M&A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고착화된 것처럼, ‘무자본 M&A’가 정상적인 국내 M&A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이 같은 선입견이 확산,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지도와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