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한국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기업이 무섭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선진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확보 중이다. 이제 자동차 산업의 라이벌은 일본이 아닌 중국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영국 브랜드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최근 발표한 ‘2018 글로벌 자동차 및 타이어 100대 브랜드’ 명단에 따르면 한국 완성차는 지난해 대비 순위가 모두 하락했지만 중국 주요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급상승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9조7000억 원)보다 17% 증가한 11조3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쟁사의 가치 상승이 두드러져 등급은 AA+에서 AA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전체 자동차 기업 가운데 브랜드 가치 순위는 지난해 보다 한 단계 내려앉아 13위에 머물렀다. 기아차 역시 17위에서 20위로 3단계 주저 앉았다.
전통적인 라이벌 일본차는 여전히 상위권을 고수 중이다. 일본 토요타(2위)와 혼다(5위), 닛산(6위)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대차는 올해에도 글로벌 10대 브랜드 진입에 실패했다.
당장에 10위권 진입도 문제지만 중국 토종기업의 추격이 더 만만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현지에서 고전하는 배경에는 일본 및 독일차의 약진보다 중국 토종 기업의 상승세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지에서 보급형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펼쳐온 만큼 중국 토종기업의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가치 29위에 머물러있던 ‘하발’은 단박에 16위로 치솟으며 현대차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올라섰다.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하발은 중국은 물론 및 동남아시아 주요 신흥국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볼보를 인수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지리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브랜드 가치를 22위에서 18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는 BYD의 가치도 전년 대비 무려 44계단이나 상승한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이들의 상승세와 달리 한국차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100대 브랜드에 올해 처음으로 르노삼성차(91위)에 진입한 것을 제외하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쌍용차(94위→99위) 역시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5위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톱10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것 역시 최근 시장 침체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 업체의 브랜드 가치는 생산 및 판매량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한국차의 부침이 이어지다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가치 역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00대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한국차는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등 4곳이지만 중국은 타이완을 제외하고도 21곳이나 된다”며 “거대 시장을 발판삼아 100여 개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향후 합종연횡과 인수합병을 반복하면 한국차를 위협하는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