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2일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첨단소재를 합병한 것은 우선 태양광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그룹 전반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주사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화그룹내의 또 다른 고민은 금융 분야의 매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금융에 비해 비중이 낮은 태양광과 화학의 매출을 더 키워야 하는 과제를 한화는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한화그룹은 상장 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케미칼,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 등 4개 주력 계열사로 구성된다. 전체 당기순이익 대비 이들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각 16.2%, 15.5%, 34.0%, 16.5%로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의 82.4%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 총액 중 한화생명의 자산 비중이 60.5%로 절대적이다.
이런 편중된 그룹 구조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나로 묶어 금융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흡수합병 대상인 한화큐셀코리아는 태양광 설비에 투입되는 셀과 모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로, 2011년 한화의 국내 태양광 사업을 위해 ㈜한화와 한화케미칼, 김동관 전무가 지분 5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전 한화S&C) 등 3개사가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업체다. 그동안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과 한화첨단소재의 태양광용 필름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단 한화는 이번 합병으로 완벽한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졌다.
한화큐셀코리아는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첨단소재와 합병하면서 한화케미칼의 지분 100% 종속회사로 재편된다. 한화첨단소재는 이번 합병 과정에서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화종합화학(50.15%), ㈜한화(20.44%), 에이치솔루션(9.97%)으로부터 합병 교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한다. 합병은 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합병이 완료되면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 두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는 이름이 비슷할뿐 다른 회사다. 두 회사는 ‘큐셀’이란 브랜드만 공유할 뿐, 한화그룹 지배구조상 별개의 법인이다. 한화큐셀은 한화그룹이 인수한 중국의 한화솔라원과 독일의 큐셀이 통합해 탄생한 회사로, 글로벌 영업망을 이용해 해외 판매를 주력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회사인 것이다. 반면 한화큐셀코리아는 김동관 전무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큐셀코리아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김동관 전무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런 회사 재편을 후계 구도와 연관시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13일 석유화학·방산·태양광에 5년간 2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태양광 부문은 석유화학·방산을 합친 것과 같은 규모인 9조 원 투자가 이뤄진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승계와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