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과 함께 잇단 화재로 논란이 됐던 BMW 차량 화재 원인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들어서만 벌써 BMW 차량 2대에서 불이 났다. 애타는 BMW 차주들의 마음과는 달리 정부의 화재조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달 5일 BMW 화재사고와 관련해 BMW가 제출한 기술자료, 엔진·실차시험 등에 관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한 별다른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특히 아직도 BMW가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가 공단에 화재조사를 지시한 것은 올해 7월 16일이다. 공단은 BMW에 12회에 걸쳐 총 166개 항목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중 자료제출 기간이 남아있는 33개 항목을 제외한 133개 항목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공단은 ‘EGR 바이패스 열림조건’ 등 기술적 타당성이 미흡한 자료를 포함해 세부 확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로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BMW에 자료를 내실 있게 제출해 줄 것을 엄중히 촉구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자료 제출이 부실한 셈이다.
BMW 화재조사가 지지부진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BMW 차주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법원은 이달 4일 리콜대상 BMW 차량 집단소송 참여자들이 신청한 40억 규모의 BMW 재산 가압류 신청을 승인했다.
집단소송 참여자 1228명은 8월 말 집단소송에 나서면서 BMW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1차 소송참여자의 손해배상 총금액은 183억 원을 넘고 2차 소송 참여자 848명에 대한 소장도 이달 초 접수함에 따라 소송 참여자는 2074명, 소송금액은 310억 원을 넘어섰다.
아울러 공단이 이날 휘발유 차량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도 밝혀 휘발유 차량 차주들의 걱정도 커졌다. BMW 휘발유 차량을 소유한 A 씨는 “디젤차의 배기가스 문제로 불이 난 줄 알았는데 휘발유 차량도 조사한다고 하니 운전하기 겁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대처가 미흡한 상황에서 BMW를 비롯한 수입차들은 리콜도 늑장 대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제차의 리콜 소요일은 평균 118.6일이 걸렸다. 이는 국산차가 27일 걸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현행법상 제작사가 리콜할 때까지 정부가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