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경기 추락과 성장 후퇴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 발표에서 ‘추세적 경기 하강’을 공식화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에 따른 내수 정체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KDI는 8월만 해도 완만한 경기 개선을 주장했으나, 2개월 만에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수출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뿐, 서비스업 생산 둔화와 건설업 부진, 계속된 투자 감소, 노동시장의 취업자 수 감소와 실업률 상승, 고용률 저하 등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부가 기대하는 3% 성장은 이미 물 건너간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3%에서 2.8%로 0.2%포인트 낮췄다. 내년에는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의 올해 성장전망치는 세계 전체 3.7%, 신흥개도국 평균 4.7%보다 훨씬 낮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 성장률을 2.7%로 하향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한국만 홀로 낙오돼 불황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급속하게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그제 경기 진단 세미나에서 기업과 국민의 체감경기가 줄곧 하락하고 있음을 들어, “경기가 지난 2분기 고점을 찍고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유가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이 가중돼 경제 회복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 각종 지표 추락으로 경제 정책 실패가 뚜렷이 드러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만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분배 정책은 결코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지금 경제난은 수출과 대기업 위주 성장에서 가계 소득 확충과 재분배를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과정의 진통”이라는 변명뿐이다. 또 혁신 성장을 말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되살려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저성장 고착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반(反)시장·반기업 정책을 거두고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혁파를 가속화하는 것 말고 달리 길이 없다. 정부는 최근 신산업에 일시적으로 규제를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 3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아직 멀었다. 이를 기폭제로 삼아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