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0년 만에 미분양 구원투수로 나서나…실현 가능성은?

입력 2018-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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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세종시 아파트, 상가 견본주택 밀집지역에 방문자가 없어 한산한 주차장의 모습.(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미분양을 해소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LH가 미분양 시장의 ‘구원투수’로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LH에 따르면 2008~2010년 LH는 지방의 85㎡ 이하 준공 후 미분양 물량 7058호를 8520억 원(호당 1.2억 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60㎡ 이하 물량은 국민임대주택으로, 60~85㎡ 물량은 10년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침체로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당시 대한주택보증), LH 등이 미분양주택 매입에 나섰던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완수 의원(자유한국당)이 제출받은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2010년 4월 23일)’을 보면 HUG는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주택을 환매조건부로 4차에 걸쳐 1만3412호(2조 원)를 매입했다고 나와 있다.

실제 HUG의 2010년 통계연보에 기재된 미분양매입 신청 및 승인현황을 보면 △2008년 3390가구(4171억 원) △2009년 1만22가구(1조6043억 원) △2010년 3224가구(6349억 원)으로 집계됐다. 3년간 2조6563억 원을 들여 1만6636가구를 매입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10년 전에 실행됐던 공공기관의 미분양 물량 매입이 다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완수 의원은 11일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박상우 LH 사장에게 전국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LH의 미분양주택 매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우 사장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위 소속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미분양관리지역에 대해서 민간미분양주택을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출처=김정호 의원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 미분양 현황을 보면 올해 8월 전국 기준으로 6만2370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은 전국의 86.3%를 차지한 5만3836호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방은 수도권(2502호)보다 여섯배 가량 많은 1만2699호였다. 준공 후 미분양물량이 1000호 이상인 지역은 충남(3065호), 경남(2561호), 경북(1957호), 충북(1223호)으로 집계됐다.

이에 LH 측은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LH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주택 매입과 관련한 부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해이 또는 기분양 입주자 민원 등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H의 미분양주택 매입이 지방의 미분양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미분양주택은 일반 기업으로 보면 재고만 쌓이는 것이다. LH는 분양주택의 원가를 산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분양원가로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것도 대책으로 비춰진다”며 “매입 자금 조달은 채권 발행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지 자체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 일부(미분양 물량)만 매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이라며 “마진을 제외하고 매입하면 (미분양물량 해소에) 괜찮은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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