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효 첸나이 지점장
이용효 KEB하나은행 첸나이 지점장은 인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그는 1996년 처음 인도 수도 뉴델리에 왔다. 당시 외환은행 인도 지역 전문가 과정에 지원해 선발됐다. 이후 2008년 다시 인도로 돌아와 뉴델리 사무소를 세웠다. 3번째 인도행은 2014년 3월이었다. 첸나이 지점 개설위원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지점장을 맡고 있다.
다들 인도를 더디게 발전한다고 하지만 그가 지켜본 인도는 20여 년 동안 많이 변했다. “인도를 다들 느리다고 하지만 처음 1996년 인도에 왔을 땐 오토릭샤(삼륜차)만 타고 다녔다. 뉴델리에 한국 식당도 한 곳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인도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통’ 이 지점장을 지난달 10일 하나은행 첸나이 지점에서 만났다.
이 지점장은 “인도는 스스로 최대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국가라고 한다. 정부는 일방 통행하지 않고, 다수 합의로 정책을 끌어낸다”고 했다. 인도가 느리게 보이는 이유다. 예를 들어 도로를 하나 건설하다가도 집주인 한 명이 반대하면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몇 년에 걸친 재판으로 결과가 나온 뒤에야 정책을 다시 추진한다.
그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도를 아는 것’을 꼽았다. 이 지점장은 “주재원에게 항상 인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와 인도 사람을 모르면 ‘백전백패’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인도인의 상술은 상상 초월이다. 굉장히 똑똑하다”고 말했다. 첸나이 지점에서 일하는 현지 직원도 마찬가지다. 현지 직원을 통솔하려면 주재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첸나이 지점은 현대차 등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주력해왔다. 이 지점장은 “첸나이 근처에 있는 현대차와 협력사 200여 개를 다 다루고 있다”며 “대출 자산이 최근 2억 달러를 넘었고, 기업 거래고객 계좌는 1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다만 한국기업 영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껴 투자금융(IB)과 현지 중견기업·개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지점장은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인도에 있는 다른 국내은행을 답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사고로 인도 시장을 바라 봐 비이자이익을 극대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뱅킹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차원에서도 인도는 관심사다. 최근 달러당 루피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8.2%를 기록했다. 이 지점장은 “루피화 약세에 원유 소비량 80% 이상을 수입해서 유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도 “인도가 기본적으로 내수 시장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서 유가가 안정되면 중장기적으로 10% 이상 성장도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순이자마진(NIM)이 3% 이상이라 은행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현지 은행은 금융 서비스가 많이 낙후돼 있어 서비스 측면에서 국내은행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인도 생활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열악하다. 덥고 습한 날씨에 공기도 안 좋다. 첸나이에 사는 현대차 직원은 매일 아침저녁 왕복 3시간씩 출퇴근한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9시를 넘겨 집에 가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한국과 달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해 업무 강도도 세다. 셈법에 강한 인도인과 사업하기도 쉽지 않다. 이 지점장은 “주재원 대부분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인도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