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 중 87.6%는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 라돈에 노출되는 것도 비흡연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17일 대한폐암학회는 비흡연자가 대부분인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중앙암등록본부와 함께 2014년 여성 폐암 환자 7355명 중 7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기준 7252명으로 2000년 3592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흡연 여부에 따라 증상 여부, 폐암 병기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우선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무증상'인 경우가 17.7%에 달했지만, 흡연 여성은 9.8%에 불과했다. 비흡연 여성의 1기 조기 폐암 비율이 41.1%로 흡연 여성의 1기 폐암(27.1%)보다 높았다. 비흡연 여성 전체로 봤을 때는 병이 상당 수준으로 진행된 4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43.3%로 가장 많았다.
EGFR(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돌연변이 역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서 49.8%, 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서 32.5%로 다르게 나타났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에는 간접흡연,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대한폐암학회 측은 추정했다.
이어 2017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10개 대학병원에 방문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478명과 비흡연 여성 459명을 설문한 결과, 2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률이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남편의 흡연량에 비례했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폐암이 발생할 확률이 1.5배, 눈이 따가울 정도로 환기가 안 될 경우 5.8배까지 높아졌다.
방사성 물질 라돈에 노출되는 것도 비흡연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지역 분포를 전국 실내 라돈지도와 연계해 분석한 결과, 라돈 농도가 높아질수록 폐암 발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은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절반 가까이가 4기에서 발견되는 데다 사망률도 높은 편"이라며 "비흡연 여성도 50세쯤에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폐암 조기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