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2018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이 14일 끝났다. 비록 지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욱일기 내리느니 안 간다”는 일본 자위대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우리 사회에 ‘욱일기’ 논란이 일었었다.
욱일기의 정식 명칭은 ‘욱일승천기’이고 ‘旭日昇天旗’라고 쓰며, 각 글자는 ‘아침 해 욱’, ‘날(해) 일’, ‘오를 승’, ‘하늘 천’, ‘깃발 기’라고 훈독한다. ‘아침에 돋는 해가 하늘 높이 오르는 형상을 그린 깃발’이라는 뜻으로서 일본 자위대를 상징하는 군기(軍旗:군대의 깃발)를 칭하는 말이다.
일본은 그들의 군대가 아침에 돋는 해가 하늘 높이 오르듯이 미래지향적인 강력한 힘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깃발을 그려 군기로 삼았을 테지만 그 깃발 아래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처참하게 죽어갔으며, 또 강제징병과 강제위안부 생활에 시달려야 했던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욱일승천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욱일기 논란이 한창이던 9월 28일자 어느 일간지가 게재한 ‘욱일기 참가’를 반대하는 단체의 기자회견 장면 사진에 찍힌 가로펼침막(플래카드)에는 “戰犯機(旭日旗)の使用を中止し…”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戰犯機, 과연 무슨 의미일까? 戰犯(싸울 전, 범할 범)’은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라는 뜻이고, ‘機(틀 기, 기계 기)’는 기계에 대한 범칭이거나 ‘비행기’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그렇다면 ‘戰犯機’는 ‘전범자의 기계’ 혹은 ‘전범자의 비행기’라는 뜻이 되고 만다.
괄호 안에 旭日旗’라고 쓴 것으로 보아 ‘戰犯機(전범기)’의 ‘機’는 ‘旗’의 오자임이 분명하다. 창피한 일이다. 일본 사람들이 그 가로펼침막을 봤다면 “쯧쯧, 반대를 하려거든 글자나 제대로 쓰지”라고 비아냥거렸을 것 같아 낯이 뜨겁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우리가 한자를 도외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 정부의 한자 교육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