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후 시정명령 등 제재조치를 부과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사건 여부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사건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대상 사건인지 아니면 단순한 민사 사건에 불과한지가 자주 문제됩니다.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은 ‘거래 개시 단계에서 거래 상대방이 자신이 거래할 사업자를 여러 사업자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거래를 개시했다면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양 당사자 간 권리 의무 귀속관계, 채권채무관계 등과 관련해 계약서 및 관련 법령 내용 등의 해석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원은 거래상 지위가 인정돼 남용행위로 인해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이 금전상의 손해일 때 법률상 책임 있는 손해의 존재는 물론 그 범위까지 명확하게 확정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민사절차에 의해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규정과 판례에 따르면 계약 내용을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했었다면, 공정거래법 사건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거래 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만으로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불이익 제공)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사건과 민사 사건의 구별은 명확한 것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유사한 사례임에도 어떤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간주돼 공정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받는가 하면, 다른 어떤 경우에는 민사 사건으로 간주돼 공정위에 사건 접수조차 되지 않기도 합니다.
계약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거래 개시가 사실상 강제되는 경우가 있고, 불공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서, 법령에 대한 해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 사건과 민사 사건은 처음부터 명확한 구별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공정거래법 사건과 민사 사건의 구별은 규제기관의 법 집행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