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갖는 역동성의 기원은 갈등에 있다. 갈등이 있는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이며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이 정치다. 한국 국회에서는 불협화음이 조율되기보다 극단적 형태로 표출되곤 했다. 과거 국회에서는 법안의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전기톱, 소화기가 등장한 적도 있었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들은 이 같은 갈등을 그대로 내보인 탓이다.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인 국정감사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제 일을 함으로써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고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기회다. ‘국감 스타’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기자들끼리는 “평소에 일 좀 하지 국감 때만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쏟아내 힘들어 죽겠다”고 공공연히 토로한다.
국정감사가 국회의원들을 위한 이벤트인 것만은 아니다. 감사를 받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국정감사를 이용해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관의 드러난 문제를 고치고, 앞으로 나아갈 전환점을 만드는 일은 국정감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첫 국정감사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홍 장관과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연합회와 홍 장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해묵은 문제였고, 출입 기자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깃거리였다.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소상공인연합회 예산 삭감, 홍 장관의 소상공인연합회 탄압 의혹 등이 대중에게 공개됐다는 점이다. 언론을 통해서만 보도됐던 일들이 방송으로 생중계됐고, 논란의 당사인 홍 장관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해명할 시간을 얻었다. 어쩌면 홍 장관으로서는 전환점을 만들 기회였다. 소상공인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장관이 국회가 깔아준 멍석에서 성난 소상공인들의 민심을 달래고, 연합회와의 관계도 개선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 장관은 내홍을 더 키우기만 했다. 갈등이 조율되기는커녕 미봉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중기부가 홍 장관의 말처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수호천사’가 되려면 국정감사에서 맞은 비를 소나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갈등을 포함해 산하기관의 부실 사업, 중복 사업 등 갖가지 문제들을 점검해 더 단단한 조직으로 발돋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