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왕 변호사(40·변호사시험 1회)는 로스쿨 출신 시각장애인 1호 변호사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시·청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해달라며 영화관 사업자들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들이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3년의 긴 기간을 거쳐 승소한 에버랜드 소송도, 영화관 소송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피고 측이 제시하는 영상이나 PPT를 볼 수가 없어서 변호인의 설명에 의지해야 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들이 재판에서조차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청각장애인들을 대리한 소송에서는 수화 통역사가 모든 내용을 통역하지 못해 원고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수화 통역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공방을 벌이다 보면 통역을 감안해 천천히 얘기하지 않는다”며 “수화 통역에만 의지하면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법 지원은 없다시피 하다. 김 변호사는 “발달장애인, 지적장애인은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하는 인지 통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역은 지적장애인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비단 법정에서만 차별을 겪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된 차별도 많다. 그는 “무언가 문제를 제기하면 정당한 요구인데도, 문제제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김 변호사가 장애인을 대변해 소송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선 문제제기가 중요하고, 소송은 문제를 제기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소송을 바탕으로 법이 개정되는 경우가 있어 소송이 중요하다”며 “문제제기가 활발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 교육은 물론 그간 문제제기 하지 못했던 사안을 발굴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변호사는 “사회가 변해야 판결도 바뀐다”며 “노력하다 보면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덜 차별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