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대출 총량 ‘7%’ 규제와 중금리 대출 문제에 초점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시행 첫날인 31일 제2금융권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은행 대출 규제가 막히면 대출자들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출 수요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동산 경기 냉각과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일단 ‘관망세’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에 있는 A 저축은행 지점 창구에는 예금 조회와 이체 업무를 보러 온 고객 한 명만 자리했다. 창구를 찾은 50대 주부 A 씨는 예금 370만 원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체하려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A 씨는 DSR 규제에 관해 묻자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남은 3개의 대출 창구에는 직원이 한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머지 대출 창구에는 ‘옆 창구를 이용하세요’라는 팻말만 놓여있었다.
근처에 있는 B 저축은행을 찾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예금 업무 창구에는 3명의 고객이 상담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대출 창구는 A 저축은행과 마찬가지였다. 텅 비어있었다. 대출 창구 담당 직원은 바쁘게 돌아가는 예금 창구 고객 대응을 돕고 있었다.
약 한 시간가량 은행 두 곳을 오가며 혹시나 대출 상담을 받는 고객이 있을까 기다렸지만, 대출 상담을 받는 고객은 나타나지 않았다. 예금 창구에만 번호표를 쥐고 대기하는 손님들이 몰렸다.
저축은행은 신용카드사와 캐피탈과 함께 이날부터 DSR 규제 시범 운영을 시행했다. 하지만, 연말까지는 시범 운영 기간이라는 점과 저축은행의 특성상 부동산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대출 혼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사실 DSR 규제보다 가계대출 총량 7% 규제와 10월부터 시행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때문에 이를 더 신경 쓰고 있다”며 “DSR 규제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SR 규제 가운데 300만 원 미만의 소액 여신은 제외되는데 정작 다른 대출을 받을 때는 소액 대출이 포함된다”며 “사실상 소액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에 숨통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부연했다.
B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 DSR 규제는 시범 운영이기도 하고, DSR 규제 목적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막자는 의도 아니냐”면서 “한데 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 대출이 거의 없어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대부업계도 DSR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는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대출 총량을 줄여나가는 상황인 만큼, 저신용 대출자의 대부업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고 금리 인하 여파로 대출이 예전보다 20~30%씩 줄여나가고 있다”며 “대부업 쪽으로 돈을 빌리러 오는 분들이 늘어나도 대부업체들은 예전보다 대출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저신용계층은 제도권이 아닌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