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은 지난 2일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주요 골자로 국회에 계류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간 우리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경영 관련 법제도는 지속적으로 개선돼 글로벌 수준에 접근했고, 자본시장 역시 급속도로 개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기업이 활용 가능한 경영권 방어수단은 매우 취약해 수차례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으로 막대한 국부 유출과 경영간섭 등의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경총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개정안 처리보다는 우선적으로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과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 별로 경총의 의견을 살펴보면,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임까지 의무화될 경우 대주주의 감사위원(이사) 선임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과도하게 제약된다는 것. 대신 펀드나 기관 투자자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집중투표제’는 특정 세력이 지지하는 이사 선임을 용이하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경총은 지적했다. 경총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로 이사가 선임될 경우 회사 전체가 아닌 자신을 선임해준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다"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경총은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주주의 경영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회사 주주들의 자회사 이사에 대한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면, 자회사에 대한 경영 간섭을 야기함으로써 독립적인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
경총은 "자회사 이사의 책임부담 증가로 자회사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 개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예외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일본에서도 매우 엄격한 소제기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투표제’는 주주의사 왜곡 가능성과 해킹‧에러 위험 등의 취약성을 내포한다는 게 경총의 견해다. 전자투표는 해킹·에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사전투표라는 점에서 악의적 루머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오히려 주주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
한편, 전자투표는 주주총회에서 실시간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총회 전날까지 투표를 종료하는 것으로 ‘사전투표의 전자화’에 불과, 아직까지 주주참여 효과도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