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니까 청춘이다' 2030 홍콩 여행④
홍콩이 얼마나 근사한 도시인지 알고 싶다면, 홍콩 섬의 올드 타운 센트럴로 가야 한다. 지금 홍콩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핫 플레이스'이자, 이름 그대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동네다.
올드 타운 센트럴의 매력을 읊으면, 여행을 망설였던 친구도 그 '스웨그(Swag)'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한강진 정도. 세련된 레스토랑부터 허름한 국수 가게까지, 홍콩 최고의 맛집들이 다 모여 있다. 수제 맥주 펍에서 홍콩 멋쟁이들 사이로 슬쩍 끼어들어 보는 것도 묘미다.
◇ 도보 여행자가 만난 마법의 계단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 올드 타운 센트럴에는 마법의 계단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답게 올드 타운 센트럴의 가장 중요한 거리를 빠짐없이 지난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기만 하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목적지 바로 앞까지 여행자의 걸음을 배웅한다. 홍콩의 가파른 지형도, 비 오는 날의 고단함도 더 이상은 골칫거리가 아니다. 에스컬레이터 양쪽으로 이어지는 홍콩 특유의 풍경들 역시 근사하다. 이곳이야말로 도보 여행자의 천국인 셈이다.
올드 타운 센트럴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계획표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여정의 중심으로 삼고, 발길 가는 대로 골목 골목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즐거우니까.
◇ '여기 다 있네?' 홍콩 문화 트렌드의 중심지 '타이퀀' = 타이퀀은 광둥어로 '큰 집'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감옥을 뜻하는 은어와 다르지 않다. 란콰이퐁과 소호 사이 드넓은 블록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타이퀀은 원래 '센트럴 경찰서'였다. 경찰서 뒤편에는 범죄자를 수용할 수 있는 감옥이 붙어 있었고, 높은 벽돌 담장이 16동의 건물을 에워쌌다.
1864년에 지어진 건물들은 1995년 문화재로 지정됐고, 약 10년의 재개발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계적인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은 역사적 유산을 고스란히 살리는 동시에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공연장을 새롭게 덧붙여 우아한 건축적 풍경으로 완성했다.
올드 타운 센트럴이 그러하듯, 타이콴에서는 홍콩의 과거와 미래가 흥미롭게 만난다. 죄수들을 가뒀던 감옥에서는 헤리티지 상설 전시를 둘러볼 수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교도소의 생활상과 당시 물가, 면회실의 분위기 등을 재미있는 인터랙티브 전시로 재현했다. JC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에서는 젊은 홍콩 작가들의 전시를 한해 6~8회 개최한다.
JC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의 우아한 콘크리트 나선 계단을 내려온 후, 거리로 나서기 아쉽다면 경찰서 앞마당을 둘러싼 레스토랑과 찻집, 숍을 구경해보자. 예술 서적 출판사 '타셴(Taschen)'이 아시아에 처음으로 오픈한 서점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홍콩 최고의 찻집 록차 티하우스 분점에서는 질 좋은 보이차와 신선하고 다양한 녹차를 마시거나 살 수 있다.
지아 부티크 호텔을 설립한 셀레브리티 옌 왕의 새로운 레스토랑인 올드 베일리도 있다. 등나무 가구와 목재로 완성한 바, 고풍스러운 의자가 볼거리다. 셰프들은 난징 전통 메뉴를 맛있고 솜씨 좋게 준비한다. 이곳에서는 과거 홍콩의 낭만적인 응접실에 초대받은 듯 기분 좋은 오후를 보낼 수 있다. 부지가 넓은 만큼 총 5개의 게이트가 있는데, 그 중 풋브리지 게이트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도 연결된다.
◇ 홍콩 멋쟁이들이 퇴근 후 들리는 곳 '메르세데스 Me' = '메르세데스 Me'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홍콩의 레스토랑 그룹 맥시멈 콘셉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다이닝 라운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F1 하이브리드 레이스 카가, 오른쪽에는 대리석과 청동으로 장식한 칵테일 바가 눈에 들어온다.
레이싱 카와 칵테일이라니, 남자들을 들뜨게 하는 데 이 이상의 조합이 있을까? 당연하게도, 메르세데스 Me는 홍콩 금융가의 부유한 멋쟁이들이 퇴근 후 가볍게 들르는 공간이 됐다.
입구에 마련된 벤츠 쇼룸에는 의류부터 책, 고급스러운 와인 캐리어까지 다양한 액세서리가 진열돼 있다. 1층과 2층 좌석에서는 감각적인 칵테일과 타파스를 맛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 Me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모두 벤츠를 좋아했던 역사적 인물이나 관련 사건으로부터 이름을 땄다. 진과 아페롤, 요거트, 레몬그라스 등을 사용해 쌉싸름하고 상쾌한 맛을 낸 '페론'은 과거 아르헨티나의 영부인이자 벤츠 마니아였던 에비타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성게 알과 와규 쇠고기를 일본식 온센 달걀 위에 얹은 '라멘 오가닉 에그', 패션프루트 젤리와 솜사탕을 곁들인 푸아그라 등 술에 곁들일 음식 역시 무척 감각적이다. 오전에는 아침 식사도 판매하며,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소셜 아워'에는 살짝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과 몇몇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 홍콩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아르마니 프리베 루프톱 바'= 일반적으로 야경은 내려다보거나 멀리서 감상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홍콩을 예로 들자면 첫 번째 경우는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고, 두 번째는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일 것이다.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 화려한 마천루의 바로 옆에서도 눈부신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르마니 하우스 2층의 루프톱 바 '아르마니 프리베(Armani Prive)' 얘기다. 플라워숍 아르마니 피오리부터 아동복을 판매하는 아르마니 주니어까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모든 브랜드를 망라한 아르마니 하우스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패션 피플들의 버킷 리스트에 속해 있었다.
아르마니 프리베는 붉은 조명을 강조한 인테리어로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칵테일 한 잔의 가격은 155홍콩달러(약 2만2200원). 저렴하진 않으나 테라스의 야경과 시그니처 칵테일의 화려한 재료를 고려할 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홍콩을 상징하는 마천루들과 가까이 위치한 덕에 아르마니 프리베의 루프톱 테라스에서는 색색의 화려한 조명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코냑과 체리 브랜디, 레몬 등의 재료로 새콤달콤 아찔한 맛을 선보이는 칵테일 '어메이징 체리 사워'로 즐거운 밤을 자축해보자.
◇ 트렌디한 맥주 바에서 보내는 황홀한 밤 '더 라운드하우스' = 소호의 한쪽 구석, 필 스트리트는 가파른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골목이다. 도시를 관통하는 중심가는 아니지만, 맥주 애호가와 젊은 힙스터에게는 천국처럼 황홀하고 학교처럼 중요한 곳이다.
골목 어귀부터 센트럴에서 가장 멋지고 진지한 크래프트 비어 펍이 늘어서 있다. 그 중 더 라운드 하우스(The Roundhouse)는 유쾌한 분위기와 전 세계의 수제 맥주, 쫄깃하고 기름진 비어캔 치킨으로 유명하다.
바 안쪽의 탭에서 26종의 신선한 맥주를 따를 수 있고, 더 라운드 하우스의 주인은 '맥주 소믈리에'라고도 볼 수 있을 비어 저지(Beer Judge)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만든 수제 맥주도 다채롭게 갖췄지만, 8종류에 이르는 홍콩산 수제 맥주가 한층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120홍콩달러(약 1만72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여러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비어 플래터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