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현실적 문제 이유로 냉담한 반응 -임금 인상, 부동산 가격 폭등 우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제2 본사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에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부동산 시장이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지 주민들 사이에선 냉담한 반응부터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주 미국 언론들은 아마존이 제2 본사를 2곳으로 나누기로 하고, 미 동부 버지니아 주 크리스털시티, 뉴욕 등과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유력 부지는 뉴욕 주 퀸즈의 롱아일랜드시티와 버지니아 주 알링턴과 가까운 크리스털시티 2곳으로 알려졌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아마존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필요하다면 내 이름을 ‘아마존 쿠오모’로 바꿔도 좋다. 그만큼 막대한 경제효과를 가져오니까”라며 아마존 유치 계약을 반드시 따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퀸즈의 남서 쪽에 의치한 롱아일랜드시티는 지난 20년 가까이 공업지역 특유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쫓기고 있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도시화를 가속화시키는 재개발 계획에 계속 반기를 들어왔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아마존이 들어옴으로 인해 임금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노동자층과 대부분의 중산층의 생활이 더 팍팍해지는 것이다.
일례로 서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구글이 2000년 뉴욕 맨해튼 첼시에 진출하면서 일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주인들은 낮은 임대료를 내던 기존 세입자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몰아내고, 새로 들어온 고임금자들에게 집을 내주며 평균 시세를 크게 끌어올렸다.
아마존의 진입은 현지의 기존 업체들에게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현지에는 중소 및 영세 기업이 대부분인데,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노동자들 간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첼시마켓 같은 대형 푸드코트들이 들어서면 기존에 있던 골목 상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교통 문제도 심각하다. 운행한 지 100년이 넘은 뉴욕 지하철은 노후화가 심하고 만성적인 혼잡과 지연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롱아일랜드시티를 지나는 7번선이 대량의 신규 유입자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미 밴 브래머 뉴욕시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7번선 주변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여기에 아마존 직원들까지 들어오면 더이상 롱아일랜드시티가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고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링턴에 사는 주민들도 롱아일랜드시티 주민들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들은 대량의 신규 유입자가 갑자기 몰려들 경우 대중교통 이용 불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이에 부동산 업체들은 아마존에서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매매를 자제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알링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엘리 터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들어온다고 하니 당연히 기쁘다. 이전보다 고용 창출도 많을테고, 사업 기회도 늘어나니까”라며 “하지만 도로는 이미 매우 혼잡하다. 주택 가격 문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업자 마라 제먼드는 “지금 상황은 경마장에서 모든 말들이 출발 게이트에 줄 지어 있는 순간 같다”며 “이들은 불안해하면서 문이 들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부동산 검색 애플리케이션 레드핀에서1일부터 6일간 검색 횟수를 보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크리스털시티는 345%, 롱아일랜드시티는 65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곳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CBRE에 따르면 크리스털시티는 올 3분기 사무실 공실률이 23.3%이지만 거주용 부동산은 물량이 없다. 반면 롱아일랜드시티의 빌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렌트카페에 따르면 2010년과 2016년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아마존은 지난해 본사 시애틀에서의 일손 부족을 이유로 제2 본사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사옥이 들어서는 곳에선 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다만 2곳으로 나뉠 경우, 일자리는 2만5000명씩 나눠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