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을 잇달아 소환하면서 사법농단 의혹 ‘윗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은 박 전 대법관에 이어 오는 23일 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사법농단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르면 다음 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검찰은 19일 박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한 뒤 20일 재소환해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헌법재판소 압박,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대한변협 압박 실행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박 전 대법관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거나, 사후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답하는 등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불법 행위 의혹에 박 전 대법관이 깊숙이 연루된 만큼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양이 방대해서 (소환조사가) 몇 회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당시 사법부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존재 여부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 등을 비롯해 이미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추가 조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이익 문건에 대해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최근 확보해서 존재를 알게 된 것”이라며 “추가될 부분이 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