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측에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빼돌려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후 3차장검사)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헌재 파견 법관으로부터 헌재 기밀을 전달받아 김앤장에 건넨 정황에 대한 진술, 증거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2015년 헌재가 한일 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원행정처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일제 강제징용 소송 결과를 뒤집으려던 법원행정처는 한일청구권 협정 위헌 여부가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김앤장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임 전 차장은 헌재로 파견된 최모 부장판사에게 헌재 내부 상황을 상세히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헌재 재판연구관의 법리 검토 의견, 심리 계획 등을 파악한 임 전 차장은 전범기업 소송을 주도하던 김앤장 한모 변호사에게 구도로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3차례 이상 직접 만나고,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의 헌재 기밀 유출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이같은 내용을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