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현 유통바이오부 기자
편의점이 점차 ‘가족 기업’ 형태로 변하고 있다. 아버지는 점주, 아내는 점원, 아들딸은 아르바이트 직원인 식이다. 하지만 함께 근무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점주인 아버지는 떠났다. 남은 아들은 어두운 밤 홀로 편의점을 지켜야 한다.
편의점 문을 나서는 점주는 새벽 4시에 출근해 18시간을 일했다고 털어놨다. 심야 영업을 없애고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이 낫지 않냐고 물었다. 24시간 운영해야 전기료 지원금 월 2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다른 일을 찾기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돈이 없다고 했다. 폐점 시에는 영업 위약금과 잔존 인테리어비를 본사로부터 청구받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편의점 6곳과 함께 경영악화로 희망 폐업에 나설 경우 영업 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편의점 자율규약’을 선포했다. 또 질병 치료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점주는 심야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싶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달랐다. 점주는 강제력이 없는 자율규약을 편의점 본사가 지킬 것 같냐고 되물었다. 실제 현행 가맹사업법에는 심야시간대 영업 강요 금지와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폐점을 요청할 경우 영업을 강제할 수 없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본사들은 지원금 철폐와 위약금을 들어 그물망을 피해왔다. 오히려 점주들은 최저수익 보장제와 폐업에 따른 인테리어 잔존가 위약금 감액 규정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인건비가 또 오른다. 내년 10.9% 상승률을 포함해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은 35% 치솟았다.
점주들이 만족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더라도 가족 편의점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