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에 위약금 민원 제기하자 곧바로 태도 바꿔…약관 명시·설명 없으면 피해 확산
#얼마 전 양수인(A씨)은 양도인(B씨)이 운영하는 가게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 A씨는 해당 가게 전화를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명의변경을 신청했다. 나머지 인터넷과 TV상품은 B씨가 자체 해지하고 A는 새로 가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KT로부터 위약금을 뱉어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명의가 이전되면서 전화, 인터넷, TV의 결합이 풀리자 그동안 B씨가 받았던 할인금에 대해 할인 반환금(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혜택은 B씨가 받았는데 정작 위약금은 본인이 내야 한다는 말에 A 씨는 어리둥절했다. A씨가 통신사에 항의하자 KT는 약관 자체가 그렇다며 당사자인 B씨에게 개인적으로 받으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4일 과기정통부에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6일, KT는 돌연 위약금 11만 원을 면제해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던 이동통신사들의 방송통신 결합상품 계약 해지로 인한 위약금 등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관에 위약금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불합리한 위약금 지불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방송·전화 등 유무선 결합상품에 대한 위약금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약관 자체에 위약금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정 기간 내 상품을 해지하는 경우 약관에 위약금이 통신비 등이라고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어, 그동안 할인 받은 금액에 대한 위약금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는 가입 시 현장 직원들에게 결합상품으로 인해 받았던 할인금액에 대한 위약금을 문서화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하라고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번 일로 KT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할인금액에 대한 위약금은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과기정통부에 민원을 올리자 KT 민원실에서 곧바로 연락이 왔다. KT 민원실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약금은 1회에 한해 처리를 해드리겠다. (과기정통부에) 답변 받으면 사업자 측이랑 처리가 잘 됐다고 과기정통부 대한 만족도 평가를 해주시고 매우 만족으로 꼭 좀 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원을 제기하자 180도 태도를 바꾼 것.
A씨는 “할인 혜택받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인데도 통신사는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방식이니까 불합리한 것 같다”며 “불합리한 위약금 구조가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해당 민원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례에 대해 “약관 내용을 명시해서 보내면 불공정약관인지 심사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결합상품 위약금과 관련한 통신사들의 불성실한 태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주요 통신사의 결합 할인액과 위약금 등 중요 정보 제공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신사 영업점 30곳 중 기간에 따른 약정 할인액·구성 상품별 할인액 등을 제대로 안내한 곳은 1곳(3.3%)에 불과했다.
위약금 설명 요구에 대해 ‘표준안내서’에 기재된 대로 위약금 세부 내용을 설명한 곳은 30곳 가운데 한 군데도 없었다. 12곳(40%)은 오히려 부정확한 위약금 기준을 안내했다. 표준안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만들었다. 휴대폰 할부금·월 통신요금 납부액·월 기본 납부액·해지 시기(12개월·18개월)에 따른 위약금 등 거래의 중요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