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해빙 무드인데...‘트럼프 자작극’에 낙동강 오리알 된 캐나다

입력 2018-12-12 15:49수정 2018-12-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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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화웨이 CFO 조건부 석방 개입 추정…중국은 전직 외교관 억류 등 캐나다에 보복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했던 캐나다는 미·중 갈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신세가 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법원은 멍완저우 CFO에 대해 1000만 캐나다달러(약 84억5000만 원)의 보석금을 내고 전자발찌를 착용하며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밴쿠버 자택에 머무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화웨이 CFO 석방을 앞뒤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완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뉴스가 쏟아졌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미국시간 10일) 웹사이트에 류허 부총리가 미국 측 무역협상 상대방인 로버트 라이저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로 무역협상 일정과 로드맵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는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재의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고 자동차 관세도 인하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사태에 대해 직접 개입할 의사도 밝혔다. 그는 “멍완저우 사건과 관련해 미국에 좋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사상 최대 무역합의 성사에 좋고 국가안보에 좋다는 생각이 들면 필요할 경우 분명히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이 미국 법무부, 중국 관리들과 (화웨이 건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지는 않고 있다. 그들은 아직 나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내 사람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이 건과 관련해 시진핑과 직접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멍완저우 CFO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이 있던 1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어긴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이 자동차 관세 인하를 약속하고 나서 캐나다 법원은 이날 멍완저우 조건부 석방 결정을 내렸다. 캐나다가 미국의 보석 신청 거부 요구에도 독자적으로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화웨이 사태를 미·중 무역협상 카드로 쓰려 한다고 풀이했다. 트럼프가 사실상 이미 화웨이 사태에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캐나다는 트럼프의 이런 ‘밀고 당기기’ 전략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미국을 상대로는 강경 대응을 할 수 없는 중국이 캐나다에 대해 보복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전날 캐나다 전직 외교관이자 벨기에 브뤼셀 소재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고문인 마이클 코프릭을 억류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코프릭의 억류를 매우 심각한 사태로 간주하고 있다”며 “정부 관리들이 중국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용 의류업체인 캐나다구스에 대해 중국에서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캐나다구스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최근 5거래일간 약 20%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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