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커피 유제호 기획실장·허우범 개발팀장
#. A 사원은 회의 참석하는 인원들에게 어떤 커피를 마실지 묻고 로봇카페 ‘비트(b;eat)’ 애플리케이션으로 곧장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커피가 완성됐다는 메시지가 왔고 A 사원은 사내 카페테리아에 설치된 비트에서 커피를 받아왔다.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제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 변화를 일컫는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커피업계에도 불고 있다. 커피 브랜드 달콤커피는 올 1월부터 로봇카페 ‘비트’를 운영 중이다.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첫선을 보인 로봇카페 ‘비트’는 1년 새 설치 매장이 30여 개로 늘었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준다는 호기심, 그리고 저렴한 가격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달콤 본사에서 유제호 기획실장과 허우범 개발팀장을 만났다. 과연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는 왜 로봇카페를 만들게 됐을까?
“카페 비즈니스는 현재 레드오션이지만, 로봇카페 ‘비트’가 커피업계에 신시장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유제호 실장은 모회사가 다날이라는 플랫폼 결제회사다 보니깐, 프랜차이즈를 바라보는 관점이 ‘FNB(Food and Beverage) 비즈니스’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하는 커피와 음료는 단순히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있다는 것. 덧붙여 고객 역시 '유저'라는 관점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처음엔 달콤커피 앱이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결제하고 회원을 모으는 비즈니스를 하다가 100% 유저를 기본으로 하는 무인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로봇카페 ‘비트’가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달콤커피의 전략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로봇카페 ‘비트’는 달콤커피가 입점할 수 없는 스팟 지역에 각각 대응한다.
로봇카페 ‘비트’가 현재 설치된 곳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동관과 서관, 동탄 이마트, SK증권 본사, 잠실 롯데월드몰, CGV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배달의민족·야놀자 카페테리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인천대학교, 삼성생명 서초사옥, KT ON 식당 등 서울과 경기권 30여 곳이다.
유제호 실장은 “달콤커피와 비트는 상권이 겹친다거나 운영상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일부 매장의 경우 달콤커피와 비트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매장의 경우 커피나 음료는 비트가 만들고 직원들은 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이어 “비트는 현재 인천공항을 비롯한 백화점, 마트, 영화관 등 대규모 복합몰이나 대학교, 사내 카페테리아 등에 주로 입점해 있다. 향후 지하철역, 기차역, 공항, 항만, 터미널 등 대형 교통 시설 거점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복합 쇼핑몰, 도서관, 박물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며 “KT와 기술제휴를 맺고 향후 인공지능(AI) 및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주문 및 음료 제조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비트는 내년 상반기 100호점, 내년 말까지 200호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비트 앱을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는 것은 편리할까. 기자가 직접 비트 앱을 설치해 커피를 주문해 봤다.
우선 ‘비트’ 앱을 실행하고 ‘비트 오더’ 창에서 원하는 음료를 선택한 뒤 곧바로 결제하면 된다. 이때 결제수단은 신용카드, 휴대전화, 카카오페이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결제가 완료되면 로봇이 직접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비트 앱 이용자는 음료가 제조되고 있는 상황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료 제조가 완료되면 음료를 보관하고 있다는 알람이 오고 고객은 부스 내 픽업 태블릿에 핀번호를 입력하면 음료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특히 비트 부스에선 뜨거운 음료의 경우 대기하고 있는 컵 아래 히팅 시스템이, 아이스 음료의 경우 컵 아래 쿨링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음료를 가져갈 때까지 뜨겁게 혹은 차갑게 신선함이 유지된다.
단, 비트 부스에서 음료가 제조가 완료된 후 10~13분가량이 지나면 음료가 폐기된다.
허우범 팀장은 “음료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10분가량"이라며 “물론 음료를 주문하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10분 내 찾으러 오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무료로 한 번 더 재주문할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비트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비트 카페 내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서도 주문할 수 있다. 키오스크 주문 역시 앱과 비슷한 형태로 이뤄져 있어 손쉬운 주문이 가능하다.
‘비트’가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로봇카페라고 말하는 이들은 개발 단계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허우범 팀장은 “‘비트’ 개발 단계에서 많은 오류가 있었다. 개발 초반에는 좁은 공간에서 커다란 로봇이 커피를 제조하다 보니 움직임의 경로를 짜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시행 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금은 그런 오류를 모두 잡아낸 상태”라고 강조했다.
개발 단계에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허우범 팀장은 비트의 손 부분을 주목하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비트 로봇이 컵을 들고 옮기는 부분을 보면 갈고리 모양으로 돼 있는데, 초기에는 실제 사람 손 모양으로 했다”며 “많은 사람이 그걸 보고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여 급히 변경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한 번 주문으로 2잔까지만 결제할 수 있고, 주문할 수 있는 음료 역시 14종으로 제한돼 있다는 지적에 허우범 팀장은 “비트의 성능은 꾸준히 업데이트하려 노력하고 있다. 음료의 종류도 늘리고 한 번에 주문할 수 있는 음료의 개수도 늘리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먼 미래에는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 등 다른 제품을 만드는 방향도 고민해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비트는 아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트를 보기 위해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유제호 실장은 “동탄 이마트나 롯데월드몰에 설치된 비트 카페는 아이들의 체험 공간이자 포토 스팟으로 인기가 높다”며 “부모들이 일부러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와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사진을 찍고 즐긴다”라고 강조했다.
비트의 커피 맛에 대해서도 그는 “비트는 달콤커피와 같은 원두와 음료의 원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의 질 또한 뛰어나다”면서 “비트의 경우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와 음료의 판매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고민도 있다. 로봇산업 성장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는 결국 일자리 문제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유제호 실장은 “사업 초기에 비트에 대한 기사가 뜨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비트 역시 운영을 위한 사람이 필요하다. 매일 부족한 재료를 채우고, 청소하는 운영 인력이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는 쿠팡의 파트타임 근로자인 ‘쿠팡 플렉스’처럼 파트타임으로 채용해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서비스 중인 비트가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가면, 그만큼 관리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 아니겠냐”면서 “서비스 1년이 되면서 지금은 이런 이슈도 줄었다. 비트 운영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