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는 작년으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계기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과 중국 등 신흥국 정상들이 그해 11월 처음으로 모여 G20이 출범했다. 당시 G20은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정책 공조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 리먼 사태는 중산층의 몰락을 가속시켜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 영합주의를 탄생시켰다. 성난 노동자들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기성 정치 타파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후 트럼프 정권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중국에 대해 강경책으로 전환, 무역전쟁을 감행하고 있다.
보호주의의 대두와 세계적인 저성장, 부채 팽창, 가상화폐의 폭주. G20 회의에서 논의되는 의제들은 대부분이 리먼 사태를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공동 성명에서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문구가 삭제되는 등 G20은 공조 면에서 기능부전에 빠져있다.
일본의 부담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G20 회의 의장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세계 경제의 과제에 대해 각국과 연계해 임함으로써 재활성화시킬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아소 재무상의 ‘재활성화’라는 말에는 특별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보호주의 자세를 강화하면서 G20에서 ‘1대 19’ 구도가 고착화, 이로 인해 정체된 세계 경제 성장을 향한 건설적 논의를 일본이 되살려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미·중 사이에서 불편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과 등을 진 이후 일본 쪽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일 정상은 작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다양한 경제 협력을 맺었다. 같은 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미·중 양쪽에 “유익한 대화를 통해 G20 논의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한다”는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올해 G20 회의 의제 중 하나는 글로벌 불균형(경상수지 불균형)의 시정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이 가장 심각하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건 불균형은 2국간의 양자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다른 나라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체 불균형은 시정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일본은 2국간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문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각국이 자국의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검토하는 구조적인 개선을 제기할 방침이다.
또 다른 의제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하지만 부채가 급증하는 한편, 개발 계획도 부실해 항만 철도 개발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G20 회의에서는 불투명한 대출 규모와 실태를 파악하고, 채권국 채무국 모두 대출 규제를 강화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냉랭한 미·중 사이에서 일본이 중간 역할을 잘 해낼지가 관건이라며 G20 회의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