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감시카메라. 영화 '도어락'을 본 여성 관람객이라면 백이면 백 검색해 보는 단어다. 혼자 사는 경민(공효진 분)의 집에 자꾸 스토커가 침입하자 경찰이 선물해 준 가정용 CCTV다.
관람객들의 기대와 달리 귀여운 펭귄 제품은 실제 판매용이 아니다. 대신, 펭귄처럼 실내 장식용으로 위장이 가능한 미니언즈나 고양이, 펭귄 모양의 제품은 시중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가정용 감시카메라 혹은 가정용 CCTV를 총칭해 '홈캠'이라 부른다. 집(Home) 안에 설치된 캠(Cam)이란 뜻이다. 홈캠은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휴대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 안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든 사물인터넷(IoT) 장치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일반 가구는 1975만2000가구다. 이 중 1인 가구는 전체의 29.1%인 573만9000가구를 기록했다. 10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집이란 뜻이다. 여성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절반 수준인 284만3000가구(49.5%)다.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보안을 위한 홈캠 산업이 덩달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은 혼자 사는 여성이 점차 늘어 2025년에는 323만4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관련 업계는 1인 가구 여성들이 각 집에 홈캠을 1대씩만 설치해도,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홈캠 산업은 집 안에 아이를 혼자 둔 워킹맘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을 중심으로 성장했었다. 그러다가 1인 가구들에게 홈캠의 '보안' 기능이 주목을 받으면서, 사물인터넷 시장의 핵심 부문으로 떠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사물인터넷 가입자는 808만4576명으로 2017년 10월보다 25.5% 증가한 164만358명이었다. 이는 2016년 말보다는 50.1%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고 홈캠이 만사는 아니다. 홈캠의 시스템을 해킹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저장하는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을 위해 설치한 홈캠이 반대로 보안을 위협하는 아이러니다.
지난해 말 경찰은 2014년부터 홈캠을 해킹해, 여성이 옷을 갈아입거나 나체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긴 홈캠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가정용 감시카메라 해킹'이 온종일 오르내렸다.
잇따른 해킹으로 홈캠마저 믿지 못하겠다며 등장한 것이 있다. 바로 CCTV 모형이다. 대문 앞에 설치해 둠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실제로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 해킹에서 자유롭다.
영화 속 경민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방범창을 설치하고, 홈캠으로 집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범죄자를 눈앞에 마주한 그 순간, 온몸이 덜덜 떨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범죄자를 마주한 젊은 여성의 현실적인 모습이다.
현재 서울시는 안심귀갓길, 여성안심주택, 여성안심귀가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모두 범죄자와 여성을 분리하는 일차원적인 수준이다. 새해에는 '안전한 주거 환경 조성'이라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경민과 같은 1인 여성 가구가 거주 불안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