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영화 '아이필프리티' 속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입력 2018-11-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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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필 프리티' 속 르네는 본인의 외모에 불만이 가득한 여성이었지만, 외모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뚱뚱한 몸과 못생긴 얼굴을 사랑하게 된다. (영화 스틸컷)

"어린 소녀일 땐,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넘치죠. 배가 나오든, 엉덩이가 팬티를 먹든."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사회는 획일화된 외모 기준을 규정해두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세뇌한다. 사람들은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면서, 갖고 있던 자존감과 본인에 대한 믿음을 버린다. 그리고 시작하는 것이 다이어트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주인공 르네(에이미 슈머 분)는 예외다. 자신의 뚱뚱한 몸과 못생긴 얼굴을 사랑한다. 실은 본인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사랑하게 됐다. 예뻐지려고 먹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매 순간 자신이 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은 르네를 더욱 당당한 사람으로 만든다.

즉, 영화는 르네를 통해 가치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르네는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위해 열정을 다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영화 스틸컷)

다이어트는 새해 목표 리스트에 항상 빠지지 않으면서, 잘 지켜지지도 않는 목표다. 단순히 본인의 의지 결핍으로 치부하기에는 경제학 원리가 깊게 결부돼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이유를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는 사람들이 먼 미래의 편익보다 당장의 편익을 더욱 크게 생각하는 심리다. 가까운 시일 내에 받을 수 있는 편익이라면, 그 편익의 크기가 작아지더라도 더 빨리 받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지금 내 눈앞에 치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치킨을 먹지 않고 참으면 몇 달 뒤 완벽한 몸매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치킨을 바로 먹을 경우, 치킨은 입 안 가득 튀김의 풍미를 제공한다. 전자는 먼 미래에, 후자는 당장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멋진 몸매와 건강이라는 편익은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먼 미래에 누리는 편익이란 이유로 그 가치가 과도하게 평가 절하된다. 먼 미래의 행복과 지금 당장의 행복 사이에서, 사람들은 코 앞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다이어트는 실패로 돌아간다.

▲르네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마음껏 연애하면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버릴 때,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영화 스틸컷)

르네는 가치의 우선 순위를 미래가 아닌 현재에 둠으로써, 가치폄하 효과 이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당장의 순간에 즐길 수 있는 행복의 편익을, 먼 미래의 무엇보다도 크게 만든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는 것은 순간을 함께 즐기는 친구들이다.

2019년 새해를 앞두고 새해 목표 리스트에는 벌써 다이어트가 언급된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잔인하게도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성공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대신 가치의 우선순위를 바꿔보면 어떨까.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최우선 가치에 두자. 비록 살은 찌겠지만 오늘 저녁은 펍에서 친구들과 치맥을, 뱃살은 나오겠지만 회사 동기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우정이 완벽한 몸매보다 더 우위의 가치가 되는 연말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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