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통의학(약용식물 자원)을 신약의 대안으로 주목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 등은 1990년대부터 한약제제(알약, 캡슐, 가루약 등으로 제조) 정책도입 및 연구개발에 투자해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등장했다.
◇중국·일본·대만, 글로벌 전통의약시장 이끈다=중국은 350년의 역사를 가진 ‘베이징 동인당’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우황청심환’의 제약사로 잘 알려져 있다. 10년이상 전 세계에 중국 의약품, 건강관리제품 및 약초를 포함한 2000개가 넘는 중의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800여개의 분점을 통해 40여개국에 수출하며 매년 10% 수준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밖에도 심혈관 약품에 특화된 현대적 중의약 대표기업인 ‘천진천사력제약’, 최대 중의약 도소매 전문기업 ‘광동강미제약’ 등이 동인당을 뒤쫓고 있다.
일본은 ‘쯔므라 제약’이 선두주자다. 쯔므라는 119종의 생약, 한약 80개 품목을 제조하고 있으며 단독 세계 시장 점유율이 0.76%, 일본 한방제제 전체 매출액의 84.5%를 차지하고 있다. 쯔무라 제약의 매출액은 1조1500억원(2016년 기준)으로 국내 한약재 총 생산액(2004억 원)의 6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만도 글로벌 진출이 활발한 제약기업 ‘순천당’이 있다. 1991년 미국에 진출한 순천당은 대만에서 산제(가루) 형태로 수입해 복합 산제 등 다양한 환제 형태로 가공 판매하고 있다. 현재 영국, 스위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마카오, 호주, 뉴질랜드 등에 진출해 있다.
◇한의약 산업 전무한 우리 현실=한약제제를 바탕으로 각국 제약사들이 세계 전통의약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는 한의약 산업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한약제제 제약사로는 한풍제약, 경방신약 등이 꼽히지만 연간 매출이 약 200억원 남짓에 그친다. 그 밖에 연 매출 10억원 안팎의 영세 제약사들이 난립하고 있어 의약품으로서 지위 회복과 나아가 국내 한의약 산업 성장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한의약 연구개발기업 ㈜씨와이의 윤영희 대표는 “국내 한의약은 세계 전통의학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화 측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향후 해외시장의 급성장에 발맞춰 한의약 제약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및 해외 진출에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숨통이 트인다. 정부는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한약산업 발전을 위한 공공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용 한약제제 생산시설(GMP), 탕약표준조제시설과 한약 비임상연구시설(GLP) 건축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보건복지부가 운영 중인 한약제제발전협의체에서는 한약제제 분업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한약제제 분업 실시를 위한 세부방안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의약계는 한약재 제약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급여 확대가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은경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국내는 급여화되는 약이 55종의 한약제제로 한정돼 있고 시장규모도 300억원 수준”이라며 “중국·일본·대만 모두 보험 활성화에 힘입어 한약재 제약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여화되는 한약제제가 지금보다 늘어나면 시장 확대로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외처럼 시장이 커져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품질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