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제한되는 주택이 급증할 전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흐름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걸 막고자 정부가 취한 정책이다. 실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비교적 비인기지역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인기지역 주택 하나만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무주택자와 1주택 소유주가 투자 수요에 가세하는 걸 막고자 규제지역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은 대출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임대사업자에 허용되는 주담대도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새로 살 경우는 금지된다.
단,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실거주 조건을 충족할 경우 대출이 허용된다. 무주택자는 2년 내 반드시 전입해야 하고 1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해야 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선 무주택자도 공시가 5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가 40%에 그쳐 세입자를 구하지 않고선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시세로 13억 원 이상인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을 대출받아 사려면 세입자에게 2년 안에 전세자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 1주택자의 경우는 정부 규제로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기존 주택을 무조건 2년 내 처분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이처럼 대출 규제 대상이 되는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은 내년에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만1060호에 불과했던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수는 2016년 8만1264호로 늘었고,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 16만3501호로 급증했다.
게다가 정부가 집값 상승분만큼 시세를 반영해 올해 공시가를 현실화하기로 하면서 내년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 증가 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주택 수요에 찬바람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이 전문가 86명을 대상으로 벌인 ‘부동산 정책수요조사’에 따르면 정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건수 등 규제 강화’가 꼽혔다. 전면적인 대출 규제를 가한 9·13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안정화되는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 집값 약세는 세금 규제보다도 대출 제한의 힘이 크다”며 “자기 자본으로 전부 사긴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출을 막아버리면 거래가 안 되고 가격이 내려가게 돼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