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배당성향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등이 배당 확대에 나선 가운데, 남양유업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부한 상태다.
1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위의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는 14일 주식시장 마감 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회의를 갖고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배당성향을 대폭 높였다. 국민연금은 현대그린푸드의 12.82%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다. 이 회사는 2018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10원, 총 183억3400만 원을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016년 4.92%, 2017년 5.63%였지만 2018년 11.57%로 2배가량 높아졌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0년 사업연도까지 배당성향을 13%(연결기준)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주주제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을 선언하면서 횡령·배임 등의 불법을 저지른 기업뿐만 아니라 저배당 기업에 대해서도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연초 한진칼에 경영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7일에는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국민연금이 ‘짠물 배당’이라고 지적해온 현대리바트는 2014년 이래 4~5%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지만 2018년 결산배당은 배당성향을 14.91%까지 끌어올렸다. 회사는 내달 29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지난해 결산 배당에 관해 보통주 1주당 290원의 현금배당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8.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배당성향을 전년 기조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018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전년과 비슷한 20%대의 배당성향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350원, 종류주식 1주당 1400원, 총 366억8637만 원을 결정했다.
반면 남양유업은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반기를 들었다. 최근 남양유업은 입장문을 통해 “지분율 6.15%를 가진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53.85%를 갖고 있다. 증권가는 국민연금의 입김이 기업들의 배당성향 상승에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있는 기업은 실질적인 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없더라도 자진해 배당성향을 높이거나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