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운영부터 경영승계까지 ‘현미경 검사’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에 돌입한다. 대형 금융사들이 지배구조 리스크를 피해가기 힘든 상황인 만큼, 이로 인해 얽힌 내부 ‘권력다툼’을 정조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주 중 일반은행검사국 내 ‘지배구조전담반’을 본격 가동한다. 기존 기관전담(RM·Relationship Manager) 검사와 달리 지배구조를 집중 타깃으로 삼아 은행 전체를 묶어 들여다보는 것이다. 점검반은 이사회 운영부터 경영 승계 절차까지 금융사 지배구조 전반을 낱낱이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CEO리스크가 과거에 부각됐거나 당면한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에 알력과 갈등이 표면화한 경우도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지배구조법에 따른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돼 운영 상황을 볼 때가 됐다” 며 “특히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의 경우 점검해 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전담반을 진두지휘하는 이근우 일반은행검사국장은 지난달 내정됐을 당시 ‘저격수’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었다. 이 국장은 2009년 KB금융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퇴진한 이른바 ‘KB사태’ 때 담당 검사팀장, 지난해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까지 부른 하나은행 채용비리 특별검사 반장 등을 역임한 검사통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으로부터 여러번 지배구조 리스크를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하나금융 사외이사진을 만나 함영주 행장 연임 문제와 관련해 법률리스크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지난해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때도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갈등을 빚었다.
신한금융지주도 연내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면서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남산 3억원’ 사건으로 불거진 신한 사태가 다시 재발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심사와 관련해 회장 유고 시 비상 경영 승계 절차를 점검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내년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 전에 금감원이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절차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과거 KB사태 때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간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수뇌부가 동시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