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업자 입찰 中企 한정…세계 1위 면세점 ‘듀프리’ 국내기업과 합작 입찰 참여해 자본력 우위 점할 듯
이번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사업권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은 중소·중견기업만 참가할 수 있다. 때문에 세계 1위 기업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련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업계의 논란이 계속돼 왔다.
현행법상 외국법인이 30% 이상의 주식 등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최대 출자자이거나, 50% 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력 사업자로 거론되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듀프리가 45%, 국내 업체인 토마스쥴리가 55%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관련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소·중견기업 자격 요건을 갖춰 이번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입찰의 세부 평가 항목을 보면 사업자 선정 시 사업능력과 입찰가격을 6대 4로 반영한다. 업계는 듀프리가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만큼 입찰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듀프리가 사업권을 따냈다”며 “듀프리가 자본력을 앞세워 최고 입찰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듀프리는 지난해 12월 이뤄진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매출 대비 38%의 입찰 금액을 제시해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에도 부산 지역 상공인들은 “세계 1위 면세점이 합자회사를 만들었다고 해서 중소·중견기업으로 둔갑해선 안 된다”며 듀프리의 입찰 참가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에 듀프리가 입국장 면세점까지 차지하게 되면 듀프리가 국내에서 연간 벌어들이는 비용이 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에서는 듀프리의 존재나 입국장 면세점이 업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 매출이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중국인이 70~80%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개 인터넷에서 먼저 상품을 주문한 뒤 시내 면세점에서 찾아가는 식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이 생긴다 해도 시내 면세점이나 출국장 면세점 매출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9조 원을 넘어선 국내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100평밖에 안 되고, 담배 판매가 제한되기 때문에 면세점 업계가 긴장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중견 업체는 10여 개사로 알려졌다. 입찰에 참여할 예정인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중견 면세점 사이에서 다른 수도권 내 면세점보다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며 “임대료 부담과 담배 판매 제한으로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새로운 매출 창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입국장 면세점 신설로 인한 구매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