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이나 장소, 1호 가게 등을 찾아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관련 산업을 이야기해 보는 코너입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우리나라 최초', '우리나라 1호' 타이틀을 가진 제품과 장소, 가게 등을 통해 이들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접한 사람은 누구일까? 고종 황제라고 답하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흔히 조선 말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을 때 처음 커피를 맛보게 됐고, 이후 커피 애호가가 됐다는 말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종만 왈츠와닥터만 커피 박물관장은 고종 황제가 커피를 접하기 전 이미 궁중에는 커피가 음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1884년부터 3년간 어의를 지낸 앨런(H. N. Allen)이 쓴 책 '한국의 풍물(Things Korean)'을 살펴보면 "궁중에 대기하는 동안 궁중의 시종들은 잎담배와 샴페인, 사탕과 과자를 후하게 권했다. 후에 그들은 체면 유지를 위해 접대 품목에 홍차와 커피를 추가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 당시가 1896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전에 이미 국내에 커피가 들여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130여 년 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일상적인 음료가 됐다. 커피값이 밥값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1일 커피 한 잔이 당연할 정도로 보편적이 됐다.
현재 커피 산업은 테이크아웃 커피가 주도하고 있다. 커피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11조7397억5000만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를 잔수로 계산하면 265억 잔으로 추산된다. 국내 인구를 약 5177만 명으로 잡으면, 1인당 연간 512잔꼴로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이 중 커피믹스가 130억5000만 잔, 원두커피가 48억 잔, 캔커피 등 각종 커피음료가 40억5000만 잔, 인스턴트커피가 31억 잔,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16억 잔을 각각 차지한다.
과거 국내 커피 시장은 커피믹스가 주도했으나,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원두커피를 중심으로 한 테이크아웃 커피가 주도하고 있다.
◇1999년 국내 진출한 스타벅스, 올해로 20주년
이 중심에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오픈하며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선도한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오픈한 1호점에는 당시 근무 파트너가 40명, 일 평균 고객 수는 700여 명 수준이었다.
젊은 층에서는 일명 '별다방'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은 스타벅스는 전문적인 로스팅 기술과 철저한 품질 관리, 자체 양성한 1만4000여 명의 숙련된 바리스타들이 모두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1호점 오픈 20주년을 맞은 현재 전국 1262개 매장에서 1만4000여 명의 파트너가 근무하고 있으며, 일 평균 50만 명 이상의 고객 수를 자랑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6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무엇보다 아직도 스타벅스코리아를 비롯해 테이크아웃커피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국내 커피 소비량은 세계 6위 수준. 이제는 커피 브랜드 매장에서 커피뿐만 아니라 각종 빵과 쿠키, 굿즈 판매와 문화 공연까지 이뤄지는 등 다변화하며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는 2004년부터 매년 다이어리를 제작해 고객이 일정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증정한다. 이 같은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매년 조기 품절은 물론, 중고 거래 카페에서 매매가 이뤄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이어리 굿즈 판매는 이젠 대부분의 커피 브랜드 판매점에서도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됐다.
◇1호점 바리스타 출신 정운경 운영팀장 “20년간 몸담은 이유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특별한 장점은 직원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자기계발 할 수 있는 배움과 성장할 기회 요소가 많다는 점이죠. 제가 20년간 이곳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스타벅스코리아와 역사를 함께한 정운경 운영팀장으로부터 스타벅스 20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 팀장은 스타벅스코리아 국내 1호점이 설립된 1999년 입사했다. 1호점에서 바리스타로 업무를 시작한 정 팀장은 “당시 ‘스타벅스 한국 상륙, 함께 근무할 파트너를 모집합니다’라는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라며 “수차례의 전형별 인터뷰를 거쳐 최종 합격했고, 입사 후 지원센터(본사)에서 이론 및 실습인증 트레이닝을 거친 후 바리스타로 근무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은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됐을 정도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국내에서 믹스커피가 유행하던 당시, 스타벅스로 인한 ‘테이크아웃 커피’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열었을 때는 유학을 통해 스타벅스를 경험했던 학생들이나 직장들이 반가움이나 기대를 하고 방문했던 것 같아요. 고객들은 자신의 시애틀 스타벅스 경험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 나눴고, 지금의 SNS 인증샷처럼 스타벅스 일회용 컵의 사이렌 로고가 정면으로 보이도록 들고 다니는 것이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죠.”
정 팀장은 오픈 초기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설명했다. 그는 “초창기엔 영문으로 된 음료 이름이나 주문이 헷갈려 주문한 고객과 직원들이 한바탕 웃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고객이나 점원이 ‘카페 모카’를 ‘모케’로 부르거나 ‘카라멜 마키아토’를 ‘카메라 마키아토’라고 잘못 발음해서 서로 웃으며 교감하고 재미있어하던 순간들이 기억나네요”라고 말했다.
20년간 몸담은 스타벅스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스타벅스는 수많은 콘텐츠가 담긴 학습자원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기반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요. 또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가치와 미션을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항상 새롭게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죠.”
정 팀장의 말처럼 20년간 스타벅스는 꾸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차에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30여 가지 리저브 원두와 전용 추출기·숙련된 바리스타·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저브바 매장 △티 음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혁신적인 티바나 특화 매장 등을 확대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또한 ‘사이렌 오더’, ‘My DT Pass’ 등과 같이 과거에는 없던 IT 기반의 혁신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스타벅스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
정 팀장은 “지금까지 20년간 성장한 것처럼 앞으로도 스타벅스코리아가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