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임원을 지낸 이모·김모·진모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해성이 먼저 입증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신현우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업체의 전직 최고위층도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안 전 대표 재임 기간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 피해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안 전 대표 등이 두 번째다.
검찰은 앞서 가습기 살균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 판매한 필러물산의 전 대표 김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원료 물질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제조·판매사들이 처벌을 피해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쌓이자 지난해 11월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4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애경과 SK케미칼 등을 상대로 CMIT·MIT 원료의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뒤 책임 회피를 위해 증거인멸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원료 성분의 유해성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기소 했으며, 역시 증거 인멸 혐의로 SK케미칼 박철 부사장을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