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당분간 중국을 꺾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후원에 힘입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서 우리나라 또한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 협력연구원 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는 CPU, 이미지센싱 등 각종 기기의 두뇌 역할을 반도체를 말한다.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비메모리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지만,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 원장은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지만, 우리나라는 5%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때 점유율은 1% 미만으로 하락한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중국 지역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각기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중국 우시는 해외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85억 원 이상의 설립자본금을 지원한다.
기업이 1년 내 투자계획을 이행할 때는 장려금을 제공한다.
심천은 일부 지역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하는 ‘2018년 제3차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 이행하고 있다. 계획에 따라 심천은 반도체 기업이 인재 채용 시 최대 8억5000만 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지원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 51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이 원장은 “도시별로 지원 규모는 상이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들은 공통으로 인력확보, 투자, R&D(기술개발), 생산 지원 등 기업 운영 전반의 경영지원에 대한 입체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견제로 인해 중국 정부가 지원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현재 상황을 봤을 때 중국은 반도체 사업 육성을 지속할 것이다. 오히려 글로벌 선두업체와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또한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우선 우리의 현재 위치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후 중국의 반도체 산업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업들이 경쟁업체 간 경쟁만 중요시하지 말고, 공동의 성장에 대한 인식이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