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16)]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 “중1은 안되고 초6은 되는 비현실적인 규제”

입력 2019-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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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동권 제한하는 규제…보여주기식 행정 지양해야”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가 31일 서울 강남역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학원 셔틀버스 업계의 최근 근심거리는 ‘학령인구 감소’다. 학원생이 줄면서 생계유지를 고민하는 셔틀버스 기사들도 늘고 있다. 이들의 고민을 덜어줄 서비스가 2017년 등장했다. 리버스랩이 운영하는 학원 셔틀 공유서비스 ‘옐로우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카풀, 에어비앤비 등과 달리 공유경제 플랫폼이면서도 학원 셔틀 공유 서비스는 기존 시장과 갈등 요소가 적다. 학원들은 버스 운영비용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기사들은 학원이 없어져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안전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 7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주관한 ‘O2O 규제 개선 아이디어 토론회’에서 한효승(38) 리버스랩 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13세 미만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한해서만 자가용 유상운송이 허용되는 점과 통학버스 전용 차량 등록제 때문이다.

토론회가 열린 지 약 3주 뒤인 31일 한 대표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토론회에서 한 대표가 국토교통부(국토부)에 건의한 사항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 규칙상 13세 미만의 어린이 통학버스에 한해서만 자가용 유상운송을 허용하고 있는 점이다.

중ㆍ고등학생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셔틀버스는 사실상 불법으로 단속대상이 된다. 초등생과 중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은 6학년생은 태울 수 있지만,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탑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지방에서는 아이들의 이동권이 제한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형제인데도 동생은 타고, 형은 못 타는 상황이 생긴다”며 “현장에서 당연히 안 지켜지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는 통학버스 전용 차량 등록제 문제다.

승합차 유상 운송은 유치원, 학원과 같은 교육단체에 등록된 차량에 한해 운행할 수 있다.

한 대표는 “현장에서 학원 차량을 운행하는 기사들은 오전, 오후 일자리를 별도로 계약을 해야 생활비가 나오는 상황이 허다하다”며 “그러다 보니 기존에도 매번 차량의 지분을 계약된 학원의 지분을 넣고 빼는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러한 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플랫폼사업자가 계약된 학원을 대표로 차량에 지분을 넣고 움직이는 방안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대표에게 토론회에 참석한 계기를 묻자 “중기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처음에 한 대표는 참석을 고사했다. 괜히 정부 부처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딱히 시장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도 없었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있지도 않았다. 고심을 거듭하다 향후 업계에 발을 디딜 업체들을 생각해 토론회에 나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는 국토부의 방어적인 반응에 실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함께 참석했던 식품의약안전처, 보건복지부는 합리적인 이유와 상황을 설명했지만, 국토부와 저희의 토론은 저희가 일방적으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에 관해 그분들이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시장을 통제, 단속하려고만 하고, 발전 방안을 실행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기조에도 한 대표는 현장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나 소수의 소유물로만 있던 것을 공유하다보니 기존 시장과 충돌하거나 규제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는 기존 사업자와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느낌”이라며 “보여주기식이 아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에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17일부터 시행되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설치ㆍ작동 의무화도 규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한 대표는 주장했다.

그날 토론회에 올린 안건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시행되는 이 법은 뒷좌석에 잠자는 아이를 버려두지 않게 하기 위한 방책으로 현재 운행 중인 어린이 통학버스에는 경고음이 나는 하차 확인 스위치나 동작 감지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장치가 설치돼도 운전기사가 하차 확인장치를 작동하지 않아 적발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옐로우버스 로고

한 대표는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 연령대의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간에도 단속이 적용돼 번거로운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고 들었다”며 “학원 등 하원 시간과 출퇴근 시간이 겹칠 때는 버저를 누르러 가는 동안 차량 정체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셔틀 공유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이어서 설치의 주체도 불명확하게 느껴진다고 한 대표는 토로했다.

한 대표는 규제 애로에도 시장 전망에 관해서는 낙관했다. 저출산으로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차량을 운영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전국에 약 12만 대의 차량을 어린이, 학생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좌석 점유율은 50% 수준”이라며 셔틀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20여 대를 움직이는 대형학원도 셔틀버스에 대한 불평이 많아 스트레스가 큰데 옐로우버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수요는 학생 수가 적은 지방에서 특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분당 내 수내, 정자 지역에서 일일 9대를 운행하는 옐로우버스는 올해 구리, 위례, 수지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으로 확장, 상반기 내에 하루 20여 대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형학원과 제휴를 맺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경제 성장으로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이 타깃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학원 버스 시장은 저평가받고 있었다”며 “안전과 공유 가치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착한 모빌리티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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