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벤치마킹한다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안전이나 규정을 지키되, 유연성 있게 규정과 안전 범위 내에서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 즉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게 성심껏 서비스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일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05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만큼 조 회장은 생전 ‘고객 중심’ 경영 철학을 늘 강조했다. 45년 간 수송보국의 기틀을 닦아온 조 회장의 확고한 신념인 셈이다.
여기에는 고객에 대한 신뢰감을 쌓겠다는 그의 의지도 포함돼 있다. 실제 조 회장은 2008년 4월 인터뷰에서는 "제 경영철학 중 하나는 ‘쇼(show)’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효과가 없더라도 결국엔 ‘한우물을 판’ 기업들이 가치를 인정받겠지요. 기업사를 되짚어봐도 그렇고요"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초에도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 사랑'을 강조했다. 당시 조 회장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로 고객의 여행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대하는 것, 그것이 안전과 서비스의 시작입니다. 여행이 소중한 까닭은, 떠나고, 만나고, 새로운 경험의 과정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나고, 만나고, 새로운 것으로 개선하는 과정의 끊임없는 반복이 경영입니다."라고 말했다.
45년간 조 회장이 언급한 수많은 말들은 '고객'을 비롯해 '안전', '서비스', '공헌' 등 그만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음은 조 회장이 생전에 남긴 어록이다.
<경영철학>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습니다. 지금 지키기도 힘든데… 신규사업 하다가 잘못된 그룹도 많습니다. 그런 실수를 쫓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물류가 단순해 보이지만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물류에서 일류(一流)가 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한눈 팔 여유가 없습니다. (2006년 5월 언론 인터뷰 중)
△항공산업은 한 두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 전문가들이 책임 있게 일해 나가면서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최고경영자나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시스템 경영론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시스템을 잘 만들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게끔 하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항공업계의 최고경영자입니다 (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저는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Respectable Airline, 존경할 만한 항공사)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대한항공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말입니다. “대한항공은 믿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다” 이런 생각을 심는 겁니다. “대한항공이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테니 한번 검토해 봐라”라는 얘기를 듣는 것,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2007년 9월 언론 인터뷰 중)
△ 수송 물류가 한진그룹의 본류입니다. 취약점을 보완하거나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얻기 위한 M&A는 항상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덩치 키우기를 위한 M&A는 절대 사절입니다. 재계 몇 위인지 보다는 질적으로 강한 기업, 경쟁력 있는 그룹을 원합니다. (2008년 4월 언론 인터뷰 중)
△가짜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보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와 소비 패턴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업계 관계자들과 경쟁업체들은 무엇을 하는지, 각종 시스템으로 수집한 정보들의 타당성 여부를 늘 현장을 통해 점검하고 재확인해야만 합니다. (2017년 3월 창립 48주년 기념사 중)
<안전·서비스>
△안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입니다.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 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2016년 1월 신년사 중)
△항공사 경영은 ‘안전’과 ‘서비스’를 재료로 ‘고객의 행복’ 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입니다.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철저하고 탁월한 품질의‘안전’과‘서비스’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대한항공의 규정과 매뉴얼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험과 지혜의 결정판입니다. 그러한 규정과 매뉴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몫입니다. (2017년 1월 신년사 중)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왜?’ 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왜 대한항공이어야 하는지 답을 주려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2017년 3월 창립 48주년 기념사 중)
<스포츠·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무한한 힘을 가졌습니다. ‘통합의 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크로게 IOC위원장이 폐막식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올림픽 더 나아가 스포츠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줍니다. 저도 스포츠는 우리의 삶에 희망을 주고, 평화를 정착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0년 4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중)
△올림픽을 유치했으니 성공개최로 끝맺음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큽니다. 애국심과 봉사정신으로 하는 일입니다. 올림픽은 평창만의, 강원도만의, 문화체육관광부만의 행사가 아닙니다. 국가 대업입니다. 중앙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삼위일체로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2014년 11월 언론 인터뷰 중)
△평창만 보여주면 안 돼요. 대한민국을 보여줘야죠. 뭘 보여줘야 하느냐는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에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문화가 아니라, 외국인이 관심 갖는 한국 문화를 찾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그 문화가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외국인에게 전파될 수 있거든요. (2015년 11월 언론 인터뷰 중)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이벤트인 올림픽을 준비하는 만큼 협의 대상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이 곧 사무실’이고 ‘하루하루가 D데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2016년 1월 언론 인터뷰 중)
<사회공헌>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서비스는 돈이 아닌 한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측면과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는 뜻에서 접근했습니다. 대한항공을 이용해주신 고객이 없었다면 루브르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2008년 2월 루브르박물관 한국어안내서비스 기념행사 중)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함축한 표현입니다. 우리의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되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봉사와 실천을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14년 3월 창립45주년 기념사 중)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회사인 만큼 우리 삶의 전반적인 행복은 직장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본연의 업(業)인 수송 또한 여행을 통해, 만남을 통해 그리고 물품의 전달을 통해 결국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2016년 1월 신년사 중)
<미래 성장전략>
△ 고객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IT의 발달로 기업에 대한 고객의 평가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만 해서는 부족하며, 미리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2009년 1월 신년사 중)
△대한항공이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실을 더욱 중시함으로써,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회사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40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한진그룹이 지향하는 구조조정의 정의입니다. (2012년 3월 43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