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혁신성장 정책의 효용과 한계

입력 2019-04-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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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이 기존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대체하여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첨단 기술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벤처기업이 고부가가치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주도하여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규제개혁과 투자제도 개선을 통하여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창업가가 모험사업에 과감히 뛰어들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초점이다.

흥미롭게도 어떤 나라 정부이건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경우 ‘혁신성장’을 돌파구로 선택한다. ‘혁신성장’이 인기 있는 정책으로 선택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대기업에 버금가는 성장동력을 가진 중소기업은 혁신기업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실제로 선진국도 벤처형의 혁신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적 변화 추세에 부응한다는 명분이 있다. 기존의 산업을 대체할 미래 산업을 창조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시장에 도입하는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다.

셋째, ‘혁신성장’은 청년창업 및 벤처와 동의어로 간주될 정도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청년들이 능력을 발휘하여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창업의 기회를 주는 것만큼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이 없다.

넷째, 새롭고 멋있는 스토리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전통적 중소기업을 강하게 만들고 키워서 경제성장을 추구한다는 정책은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혁신성장에서는 신데렐라 벤처기업이 등장하고 스타 창업가가 떠오른다. 이들이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국민적 관심을 끌면 정책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어느 정부이건 명칭을 달리 붙여도 비슷한 내용의 ‘혁신성장’을 추진한다. 자율적으로 혁신을 장려하고 선순환으로 키울 수 있는 민간 생태계가 결핍된 경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고 직접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혁신성장’ 정책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가 미래 기술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은 정부 선택의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선택하면 자원이 쏠리며 왜곡 현상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정책적으로 선택된 기술 분야에서는 과열과 과당경쟁이 나타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야는 소외되어 고사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과거 줄기세포 지원이 대표적 예에 속한다.

정부의 정책 실패와 부작용에 대한 관용도가 낮은 것도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정책적으로 집중 지원했는데 성과가 부진하거나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 과도한 비판에 시달린다. 이와 같은 정책 실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기관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속적 혁신에 대한 지원을 선호하고 지원 대상자에게 과다한 서류와 복잡한 행정업무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 집행과 정책 성과 평가가 연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도 본질적 제약이다. 주어진 예산은 이월이 안 되고 기한 내에 집행해야 하므로 단기 실적이 나올 수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지원사업을 수행한다. 산출물 성과가 불확실한 중장기 사업의 경우 단기적 투입물 성과 기준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며, 이런 경우에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벤처 지원정책의 성과를 창업 기업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기관은 가능한 많은 창업을 유인하게 되어 범용성 기술을 가진 무늬만 벤처인 신생기업들이 과밀해져서 나중에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벤처는 적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법적·행정적 규제를 개혁하고 민간의 혁신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법률 및 행정 체계의 경직성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의 사업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가 ‘혁신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정부가 만능은 아니며 정부만 나선다고 ‘혁신성장’이 구현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정책적 제약조건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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