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6조7000억 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에 2조2000억 원, 선제적 경기 대책과 민생지원에 4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재원으로는 작년 세계(歲計) 잉여금 4000억 원과 특별회계·기금 여유자금 2조7000억 원을 우선 활용하고, 3조6000억 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년 연속 추경 편성이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가 국민적 재난 상황을 빚자 3월 초 이를 줄이기 위한 긴급 추경을 주문했다. 이어 한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하려면 9조 원대 추경이 필요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있었다. 미세먼지를 앞세운 추경이지만, 결국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대응에 무게가 실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추경으로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고, 직접 일자리 7만3000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7000톤의 저감효과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불가피한 추경 편성이었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해야 하는데, 6조7000억 원 중 경기대응용은 4조5000억 원에 그친다. 이것도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이곳저곳에 돈을 뿌리는 식이고, 투자로 연결되는 지출 비중이 매우 낮다. 경기대응 예산은 수출시장 개척과 벤처창업지원·관광 활성화에 1조1000억 원,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및 소상공인 지원 1조 원, 실업급여·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안전망 확대 1조5000억 원, 청년·노인 일자리 제공 6000억 원 등으로 다양한 사업을 망라했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불분명하고, 긴급한 상황을 전제하는 추경 편성의 요건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출항목도 복지에 치우쳐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예측했다. 영국계 시장분석회사인 IHS마킷은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계속 부진한 데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반도체 시황 악화로 올 들어 계속 감소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결국 경기부양에 실패하는 추경에 그칠 공산이 크다. 홍 부총리는 ‘추가적인 보강조치’를 언급했고, 벌써 하반기의 2차 추경 얘기까지 나온다.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사업과 연계되지 않는 추경은 경기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의 재정 투입은 단기적 경기부양보다 근본적인 성장동력 확충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목표성장률 방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땜질 추경만 거듭할 뿐이다.